[관가 뒷談] 세종 청사에 호밀밭 일구는 뜻은

입력 2016-03-18 04:00

정부세종청사 외곽에 있는 공터는 겨우내 손을 보지 않아 잡초로 무성했다. 성인의 허리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바닥엔 돌멩이가 가득했다. 식물은 도무지 살 수 없는 황무지 같았다.

최근 이 공터에 트랙터가 나타났다. 인부들이 잡초들을 뽑아내자 트랙터가 지나가며 돌을 고르며 흙들을 갈아엎었다. 지난 주말엔 청사 안이 퇴비 냄새로 진동했다. 이어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차단선이 생겼고 호밀밭이라는 표지판이 걸렸다. 호밀씨를 뿌려 밭을 조성한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청사 내 부지는 정부 소유지만 청사 외곽 부지는 LH나 세종시청 등이 소유·관리하고 있다.

17일 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해당 공터는 청사 권역 내 상업지구로 분양 등 수익사업 용도로 쓰인다”며 “청사관리소의 방호계획 등이 끝날 때까지 부지를 놀리는 것보다 미관을 위해 호밀이나 유채 등을 심는 게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종청사관리소 측도 “우리 부지가 아니라 마음대로 관리할 수 없어 LH 측에 나무를 심자고 제안했더니 호밀밭을 얘기하더라”고 했다.

그동안 대지 60만㎡, 연면적 63만㎡의 광활한 청사 내 잡초만 무성한 공터는 황량함을 배가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H 소유의 상업지구 부지는 국립세종도서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LH는 경제성과 활용도를 고려했을 때 호밀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호밀은 일년생 작물로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키우기도 쉽고 나무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다. 심고 베어내야 하는 나무와 달리 쉽게 갈아엎을 수도 있다. LH 관계자는 “세종호수공원과 인접해 있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세종청사에선 바람에 흩날리는 푸른 밀밭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