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미아 신세된 청주노인병원… 의명의료재단 수탁자로 선정됐지만 논란 끝 석달 만에 수탁 포기

입력 2016-03-17 21:28
9개월 넘게 폐업 상태인 충북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사태가 악화일로다. 노인병원은 지난해 12월 새 수탁 대상자로 선정된 대전 의명의료재단이 수탁을 포기하면서 또다시 미아 신세가 됐다.

의명의료재단은 17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병원 수탁포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항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의명의료재단은 “법인 내부사정과 수탁신청 당시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돼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며 “시의 노인병원 근로자 고용에 대한 권고와 노조 측의 고용승계 주장에 따른 압박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내·외부의 압박 등으로 인한 재단 직원들의 스트레스, 재단 대표 이사장 내외의 건강상 문제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시민단체는 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충북 도내 2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병원은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야한다”며 “시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합의기구는 수탁과 직영, 법인화 등 노인병원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한다”며 “시는 불통·무능 행정을 인정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그동안 의명의료재단의 불법·탈법 의혹을 제기하며 수탁 자격 철회를 요구했다. 병원이 폐업한 후 노조원들은 새 운영자가 고용을 승계하라며 청주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의명의료재단은 결국 지난 15일 오후 시에 팩스를 보내 위탁 포기 의사를 밝혔다. 수탁자로 선정된 지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시는 빠른 시일 안에 4차 공모를 통해 노인병원의 위탁 운영자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노인병원은 시가 국비 등 157억원을 들여 2009년 설립한 뒤 공모를 통해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던 전 운영자는 수탁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6월 병원 문을 닫았다. 시는 지난해 12월 24일 3차 공모에서 의명의료재단을 새 운영자로 선정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