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엔제재 대상 北선박, 우리 해역 지나는데… 특별한 대응 없이 감시만

입력 2016-03-17 21:45 수정 2016-03-18 00:23
17일 오후 4시15분쯤 경남 남해안 공해상에 북한 국적 화물선 한 척이 진입하자 통영해양경비안전서 소속 경비함정 1006함과 512함이 긴급 출동해 외교부의 지침에 따라 밀착감시하고 있다. 통영해양경비안전서 제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대상인 북한 소유 선박 한 척이 우리 측 해역에 진입했다. 우리 정부는 이 선박에도 ‘무해 통항권’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고 특별한 대응 없이 상황만 주시하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몽골 국적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화물선인 ‘오리온스타호’는 지난 15일 오후 북한 남포항에서 무연탄 3681t을 싣고 출항했다. 17일 오전 우리 해역에 진입, 해경 경비함정이 밀착 감시 중이다. 해경에 따르면 이 선박은 2300t급이며 중국인 10명과 북한인 9명 등 19명이 승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온스타는 20일 저녁쯤 북한 청진항에 입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별다른 조치 없이 선박을 감시만 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OMM 소속 선박 31척에 대해 입항 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영해 통항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대상 선박이 회원국 항구에 입항하는 경우에 자산동결 의무가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일반 국제법상 모든 선박에 대해서는 영해의 무해 통항권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 2270호는 북한에서 출발하거나 북한을 향하는 화물에 대해 검색토록 했지만 이 역시 우리 항구에 입항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2270호는) 자국 영토 내에 있거나 자국 영토를 경유하는 화물로서 북한에서 출발했거나 북한을 목적지로 하는 화물을 검색하도록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독자 제재 조치에도 제3국 국적이나 실제로는 북한 소유인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에 대해 입항만을 금지하도록 규정했을 뿐 우리 측 해역 통과와 관련해선 별다른 규정이 없다. 다만 5·24 대북제재 조치에 따라 북한에 적을 둔 선박은 우리 해역 진입이 금지된다.

한편 북한이 최근 잇따라 핵심 군사기밀인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위협의 신뢰성’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국제사회가 전혀 믿지 않자 ‘공개 검증’을 통해 핵 능력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은 17일 “북한은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핵능력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올인’하고 있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 우월적 협상을 치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