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결정짓기 위한 ‘추의 전쟁’이 시작됐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추승균 전주 KCC 감독과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우승은 우리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17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추승균 감독은 “선수 시절엔 항상 마지막까지 가서 어렵게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엔 쉽게 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에 추일승 감독은 “정말 오랜만에 이 자리에 섰다. 챔프전에서 한 번만 지겠다”고 맞받아쳤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양 팀 사령탑의 성을 따 ‘추의 전쟁’으로 불린다. 추승균 감독은 감독 데뷔 첫해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 챔프를 노리고, 무려 9년 만에 챔프전을 치르는 추일승 감독은 개인 첫 우승에 도전한다.
두 감독은 우승 키워드로 ‘골밑 봉쇄’를 꼽았다. 추승균 감독은 “오리온 포워드진이 신장이 크고 실력도 좋아서 이를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일승 감독은 “하승진에게 3점슛을, 전태풍에게 덩크슛을 허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그만큼 상대의 슛 확률을 떨어뜨리는 농구를 하겠다는 의미다. 가장 큰 고민거리인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에 대해선 “아무리 수비해도 자기 득점을 가져갈 친구다. 차라리 다른 선수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KCC 전태풍과 오리온 이승현도 상대 주축 선수를 어떻게 막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전태풍은 오리온 전력의 핵심인 조 잭슨과 매치업을 벌인다. 이승현은 KCC 높이를 책임지고 있는 하승진을 막아야 한다. 이승현은 “지난해보다 (하)승진이형이 웨이트나 모든 게 올라온 것 같다. 최대한 골밑에서 활약하지 못하게 막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태풍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응수했다. 그는 “잭슨이 24살 아기기 때문에 막을 때 힘들다. 일찍 결혼했으면 잭슨만 한 아기가 있었을 것이다”며 “예전엔 내가 흥분했지만 지금은 팀을 위해 좀 가라앉히고 잭슨의 뚜껑(머리)을 열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춘천 우리은행이 부천 KEB하나은행을 71대 57로 꺾고 2연승을 달리며 우승 확률을 높였다. 1차전과 2차전을 승리한 팀이 챔피언에 등극할 확률은 100%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프로농구]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추의 전쟁’
입력 2016-03-17 21:00 수정 2016-03-1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