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의원 공천 탈락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충돌을 보면 과연 집권 여당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공천관리위원장, 공천관리위원들의 얽히고설킨 비난과 부정, 상대방 폄하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갈등 해결 능력은 온데간데없고 계파 싸움만 난무하는 꼴이다.
16일 오후에 김무성 대표가 최고위원 간담회 도중 정회를 하고 공관위가 결론 낸 8곳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 언급을 했다. 그러자 단 10분 만에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김 대표를 향해 “바보 같은 소리”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깎아내린 것이다. 17일 오전에는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취소시켰고, 친박 최고위원들은 독자적으로 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려다 여의치 않자 간담회로 대체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까지 요구했다. 오후 공관위회의는 위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가다 아예 파행되고 말았다.
여당 지도부의 민망한 행태는 일부 비박계 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친박계의 무리수에 큰 원인이 있다. 정체성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잣대를 들쑥날쑥 들이대 대통령에게 밉보인 의원들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마치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로 공천을 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과거 ‘학살’이라고 불린 공천도 이렇게 명분 없이 하지는 않았다.
정당 내에서는 각자 또는 일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밀고 당기는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협상을 통해, 적절한 배분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게 정치다. 난전(亂戰) 수준의 공천 갈등은 새누리당 지도부 구성원들에게 그런 정치적 능력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은 뭔가 고장 나도 단단히 고장 난 상태다. 그럼에도 친박과 비박이 날을 세우고 있으니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것 아닌가. 그저 계파 이익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 선거 뒤에 여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집권당 내에서 패가 갈려 사사건건 대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지도부가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국정 운영방안 제시보다 계파 이익에 몰두해 있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사설] 여당 지도부의 난전, 총선 뒤 국정운영까지 우려된다
입력 2016-03-17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