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둑맞았다던 국보가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었다니

입력 2016-03-17 17:28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도난, 반출됐던 것으로 알려진 국보 101호 ‘지광국사 현묘탑’ 기단부의 사자상이 수십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박물관은 3년 전 사자상을 찾았으면서도 문화재청을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보존처리 과정에서도 자문조차 구하지 않았다. 문화재 관리가 이렇게 부실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자상의 실체는 현재 경복궁 경내에 있는 지광국사 현묘탑 해체·수리를 준비하기 위해 문헌 조사를 하다 드러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들여다본 자료는 지난해 발간한 ‘미술자료’ 제87호의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에 대한 기초적 검토’라는 논문이다. ‘사자상은 한국전쟁 당시 폭격에도 불구하고 4개체가 모두 남아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3년 보존처리를 진행하였다’라고 적혀 있었고, 관계자들이 최근 수장고에서 실물을 확인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연구소로부터 보고를 받고서야 홈페이지 내 문화재 소개란의 지광국사탑 항목을 부랴부랴 바꿨다. 문화재청과 학계에서 ‘사자상이 일제 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도난당해 반출된 이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언급할 때마다 중앙박물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문화재 관리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5년 이후 현재까지 문화재 도난 신고 건수는 705건인데 다시 찾은 문화재는 전체의 29.6%인 209건에 불과했다. 도난 문화재 10건 가운데 7건은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훼손이 심한 문화재도 국가지정·등록 문화재 429건, 시·도 지정문화재 1254건에 이른다.

이러고도 국정과제로 ‘문화융성’을 내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화재는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