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0월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나. 이러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해 9월 말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이 140개국 중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도 낮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17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18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금융발전지수’(금융기관 발전지수+금융시장 발전지수)를 인용, 우리나라가 0.854로 조사대상국 중 6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WEF와 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금융기관 발전지수(0.718)는 16위, 금융시장 발전지수(0.902)는 미국에 이은 2위다. 금융발전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기금자산 비중 등을 포함하는 ‘금융심도’, 성인 10만명당 은행 지점수 등을 보여주는 ‘금융접근성’, ‘금융효율성’ 등 3가지 기준으로 금융수준을 평가한다.
금융경쟁력 순위가 6개월 만에 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였을까. 한은 이승환 금융안정연구팀장은 “WEF 평가는 기업인 대상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단순 만족도 조사로 금융서비스에 대한 국가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IMF 지수도 금융혁신, 금융서비스 다양성 등의 항목이 누락돼 한계는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 중 가장 포괄적이고 다양한 항목을 담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IMF 자료로 인해 그동안 정부가 밀어붙인 각종 금융정책의 정당성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WEF 자료가 나온 뒤 청와대와 최 전 부총리의 질타가 이어졌고 당국은 은행원 초임 삭감, 성과급제 도입 등 개혁정책을 밀어붙였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부정확한 자료만 믿고 금융권을 닦달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우간다보다 못하다더니… 한국금융 순위 87위→6위 ‘냉온탕’
입력 2016-03-17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