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이다. 봄은 겨우내 얼어붙은 대지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온 세상의 생명을 충만하게 한다. 촉촉이 내린 봄비는 나무뿌리를 적시고 새순은 머지않아 예쁜 꽃들로 피어날 것이다. 봄소식과 함께 오는 사순절은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뚫고 부활의 참 생명을 향해 함께 가는 길이어야 한다.
구약의 이사야 선지자는 민족의 위기 속에서 가슴 절절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배에서 태어남으로부터 내게 안겼고 내게 업힌 너희여.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내가 업을 것이요 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사 46:3∼4)
최근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와 폭력은 이 사회가 얼마나 아픈지를 보여준다. 이 시대에는 왕, 통치자, 심판자와 같은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모습보다, 힘겨워하는 자식을 안고 품으며 끝내는 그들을 구원해내는 모성적 하나님의 모습이 더 절실하다.
모성의 건강함은 한 사회에 생명의 물줄기다. 탈무드는 ‘모든 곳에 하나님이 함께할 수 없기에 인간에게 어머니를 주셨다’고 말한다. 엄마의 사랑은 생명의 하나님과 같이 무조건적이다. 언제나 돌아와도 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이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엄마들이 건강해야 모든 생명이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생명력 넘치는 사회가 된다.
반면, 아이를 낳는 일이 두렵고 양육하는 일이 고통이 되는 사회는 생명의 길을 잃게 될 것이다. 저출산 세계1위, 사교육비 세계1위, 일에 밀려 양육이 무가치하게 여겨지고 경제논리에 출산이 포기되는 사회에서 생명의 가치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반(反)생명의 사회는 이제 개인의 힘으로 혹은 한 가정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모성의 가치를 공동체에서 실현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머니들의 10개월 절대적 돌봄을 통해 태어난다. 그렇기에 모성의 사회적 실천은 모두에게 가능할 것이다. 모든 인류가 품고 있는 모성적 가치인 보살핌, 포용성, 감수성, 유연성 등의 특징을 통해 생명을 중심에 두고 경제와 정치를 회복시키고 사회를 치유하는 모든 여성과 남성들의 ‘사회적 모성’이 실천돼야 한다.
이 사회적 모성은 자기비하적인 모성 혹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모성이 아니다. 모성의 관점을 통해 현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고 대안적 변화를 찾아가는 확장된 모성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모성적 하나님의 모습으로, 아파하고 힘겨워하는 사회와 이웃을 안아내고 그들이 편히 안길 수 있는 따뜻한 자리가 돼야 한다. 지치고 고단한 영혼들이 쉼을 얻고 그 품 안에서 눈물 흘리며 위로받는 교회, 엄마 품속 같은 교회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 먼저 하나님의 사랑으로 자신이 용납되고 용서받은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을 소유한 자들은 이웃을 포용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태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품으시고 끝내는 구원해내시는 이 모성적 하나님의 경험이 교회로 하여금 위로가 필요한 이 세상에 안고, 업고, 품는, 가슴 저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게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는 이 경험을 통해 이 땅의 연약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품어 안고 끝내는 구원해내시는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각각의 그리스도인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네 자식, 내 자식 구분 없이 보살핌과 포용으로 공동체적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모성을 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을 중시하는 하나님의 이웃사랑을 사순절 기간에 온 세상에 향기처럼 흩어내길 소망한다.
김은혜 교수 (장신대·기독교와문화)
[시온의 소리-김은혜] 하나님 닮은 사회적 모성으로
입력 2016-03-17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