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정치지도자의 두 얼굴

입력 2016-03-17 17:36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재임 시 청백리의 표상으로 많은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2006년 1월 지방 민정시찰 당시 그가 입은 초록색 점퍼가 11년이나 된 낡은 옷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 ‘훌륭한 총리’ ‘자랑스러운 총리’라는 등의 찬사가 봇물을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권력형 축재(蓄財)가 다반사인 중국에서 권력서열 3위의 총리가 1995년 공산당 정치국 후보위원 시절 산둥성 채소시장을 방문했을 때 입었던 옷을 10년 이상 입고 다녔으니 말이다.

민정시찰 때 신는 신발도 중국산 운동화 한 켤레로 수년간 버텼다. 그의 소박한 스타일에 감동한 중국인들은 그를 ‘서민총리’라고 불렀다. 그러나 임기 후반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아들과 사위가 아버지와 장인의 권력을 이용해 모은 원 총리 일가 재산은 27억 달러(약 3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옷과 해진 신발은 엄청난 재산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었는지 모른다.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도 비슷한 경우다.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노동자로 대통령에 당선돼 브라질을 신흥 경제강국 반열에 올려놔 퇴임 시에도 8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였지만 재임 당시 국영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몰렸다. 그에게 열광했던 브라질 국민들은 이제 그의 구속을 외치고 있다.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의 영치금 250만원을 추징했다. 한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내지 않자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한 전 총리는 2심 유죄판결 직후 국회의원 재산공개 때 본인 재산으로 신고한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을 남편 명의로 돌려놨다고 한다. “함께 사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의 신조는 어디로 간 걸까. 정치지도자의 이미지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