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한창 열기가 퍼지고 있는 야외 축제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좀 달라졌으면 하는 점이 바로 축제장 먹거리 문제다.
제법 잘한다는 유명 축제장에 가 봐도 먹거리만큼은 항상 아쉬움이 많았다. 붕어빵 축제가 넘친다는 불명예를 얻는 원인 중 하나도 특색 없는 콘텐츠 외에 ‘지역 먹거리 부재’가 한몫한다. 제아무리 훌륭한 축제라도 입이 허전한 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도 없다. 먹는 재미에 홀딱 빠질 수 있는 그런 매력적인 축제는 없을까.
해외 축제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것도 축제도시의 시민들이 손수 만든 소박한 지역 먹거리였다. 유럽 어디에서나 벼룩시장 혹은 축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치즈감자그라탱, 지역의 신선한 제철 채소와 훈제고기를 섞은 라타투이, 팬케이크에 질린 소비자를 위해 귀엽게 모양을 바꾼 미니 팬케이크. 남미식 소시지에 해당되는 초리소는 소의 좋은 부위를 팔고 남은 부위를 잘게 잘라 만든 전형적인 서민음식의 상징이자 아르헨티나 축제장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메뉴다. 짭조름하게 간이 밴 쫄깃한 방목 소의 구수함이 어느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한국의 뼈다귀감자탕에 해당하는 세르비아의 전통요리 쿠푸스도 동유럽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높은 축제장의 대표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지금부터 5월 가족의 달, 여름휴가철, 야외활동하기 좋은 10월까지 한국은 축제의 최대 성수기를 맞는다. 좋은 축제 콘텐츠 못지않게 흥미로운 먹거리만큼 방문객의 마음과 지갑을 여는 강력한 무기도 없다. 사진 속 슬로베니아의 할머니가 직접 재배한 못난이 사과를 튀겨 200원짜리 축제 먹거리를 선보였던 것처럼 우리의 지역축제에도 고향 맛 물씬 나는 개성 넘치는 먹거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좀 맛없으면 어떤가. 지역색이 매력인 걸.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축제와 축제 사이] <12> 축제장 먹거리
입력 2016-03-17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