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AI 기술 어디까지… 스텔스 능력 갖추고 장거리 비행 가능한 AI 무인기도 곧 띄운다

입력 2016-03-19 04:01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한 무인 수직이착륙기(VTOL) 개념도. 속도가 느린 기존의 무인비행기와 달리 전투기의 초음속 속도와 헬리콥터의 기동성을 모두 갖추도록 설계됐다. DARPA 홈페이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개발한 두 발 보행 로봇 ‘아틀라스’의 모습. 키가 180㎝인 아틀라스는 수색과 구조 임무를 맡도록 설계됐으며 2013년 7월 일반에 공개됐다. DARPA 홈페이지
군사적 목적의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앞서가는 건 역시 미국이다. 국방부 산하 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관은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 성공 이듬해인 1958년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설립돼 냉전기 첨단 군사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DARPA의 성과는 군사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1969년 핵전쟁 중에도 통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아파넷(ARPANET)은 현대 인터넷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2003년 DARPA가 추진한 인공지능 프로젝트 ‘CALO’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음성인식 프로그램 ‘시리(Siri)’로 이어졌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 또한 DARPA가 주최한 무인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한 대학 연구팀의 성과를 토대로 진행 중이다.

◇미국, 인공지능 등 첨단 군사기술로 중·러 견제=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017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제3차 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을 중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개념은 2014년 척 헤이글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처음 제기한 것으로, 미국이 우위인 기술 분야를 더욱 발전시켜 경쟁국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전략으로, 이 분야에만 들어가는 예산만 36억 달러(약 4조2200억원)다.

상쇄전략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냉전시대였다.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소련(현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을 막아낼 수 있도록 핵무기와 장거리 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이어 1970년대 해럴드 브라운 국방부 장관은 2차 상쇄전략을 발표,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스텔스 전폭기 등을 개발해 구소련을 견제했다.

제3차 상쇄전략의 주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무인기 기술이다. 현재 미국은 무인기 기술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은 비행거리가 짧은 데다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지도 않았다. 이를 보완하고자 보다 발전된 스텔스 능력을 갖추고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무인기를 개발해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무력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상작전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무인 잠수정 개발도 포함됐다.

이 전략에서 DARPA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대거 적용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아라티 프랍해커 DARPA 국장은 미국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브레이킹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DARPA의 사업 대부분에서 (제3차 상쇄전략의) 기술적 요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종 한국국방연구원 정보화연구실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DARPA는 (인공지능에서) 최고의 기관”이라며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이 분야에서 상당히 발전돼 있다고 본다. 이미 가시적 효과도 이뤄냈을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화이트 해커’도 등장=안보와 관련해 인공지능의 활약이 주목되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사이버 보안이다. 사이버 테러 위협은 날로 증대되고 있지만 인간의 힘만으로 이를 막기는 어렵다. 때문에 무한대의 연산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화이트 해커’를 양성한다면 사이버 보안 분야의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는 역시 미국이다. DARPA는 오는 8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해킹대회 ‘데프콘’의 부대 행사로 ‘사이버 그랜드 챌린지’를 개최한다. 참가자는 인공지능 해커들로 사실상 해킹 분야의 ‘알파고’인 셈이다. 지난해 열린 예선전을 통과한 7개 팀이 참가하며, 24시간 내 131개 소프트웨어에서 취약점을 찾아내 공격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8일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컴퓨터 수백억대가 연동돼 있지만 이를 사람이 지키기는 쉽지 않다”면서 “DARPA는 (인공지능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향후 20년간 사이버 보안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알파고가 먼저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중순에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도입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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