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사순절 기간입니다. 예수님은 구원을 이루기 위해 편안한 길을 버리고 십자가 고난을 택했습니다. 고난주간을 앞두고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자발적 불편’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대전 새로남기독학교 6학년 박희은(12)양과 5학년 고승빈(11)군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미디어 기기를 쓰지 않는 ‘사순절 미디어 금식’에 도전했습니다. 그간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고난 겪은 예수님 마음 알게 해줬어요”
박희은 (대전 새로남기독학교 6학년)
저는 평소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합니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고, 짬 날 때마다 웹툰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합니다. 이런 습관이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난 4일 학교에서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강연을 듣고 스마트폰이 두뇌 전두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어요. 잠시 ‘2G폰으로 바꿔야 하나’란 고민도 들었지만 스스로 이용시간을 줄여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에게 미디어 금식 제안을 받자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4일간 스마트폰이나 TV를 전혀 못 보니까요. 그래도 주말에 교회 캠프가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미디어 금식 첫째 날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습관처럼 저녁을 먹기 전 TV를 켰다가 놀라서 다시 끄긴 했지만요. 보통 저녁 때 숙제를 하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평소보다 숙제를 일찍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자기 전까지 그림을 그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지요.
진짜 고난은 둘째 날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캠프에서 친구들은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습니다. 저와 친구들이 정말 스마트폰을 자주 쓴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못해서 안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게 훨씬 더 힘들다는 것도요.
힘들게 미디어 금식을 마치고 예수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됐습니다. 예수님은 고난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도 우리를 위해 그러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한 편 못 보는 것만으로도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는데, 예수님은 아무도 몰라주는 고난의 길을 묵묵히 가셨잖아요. 앞으로도 스마트폰과 TV에 뺏겼던 시간을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에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게임보다 가족과 보내는 게 즐거워요”
고승빈(대전 새로남기독학교 5학년)
저 역시 지난 4일 강연을 듣고 사순절 미디어 금식을 결심했습니다. 첫 날 ‘이걸 내가 왜 해야 하지’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평소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엄마를 졸라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2시간씩 했거든요. 원래 엄마와 약속한 시간은 1시간이지만 하다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이렇게 게임을 한 뒤 공부하거나 책을 보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때가 많습니다. 꾸중과 잔소리를 듣는 때도 많아지고요.
그럭저럭 첫날은 버텼지만 둘째 날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제 곁에서 친구들이 게임기를 가지고 놀았거든요. 다행히 꾹 참았습니다. 이날 이후로는 게임과 TV 생각이 그다지 많이 나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금식을 마쳤습니다.
미디어 금식을 하며 느낀 건 제 주위엔 게임이나 TV 말고도 좋은 게 많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니 가족, 친구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었고 더 재밌어졌습니다. 책 읽는 시간도 더 늘어났고요. 이제부터라도 게임과 TV 시청을 줄여 엄마, 아빠를 돕고 친구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며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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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8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