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강국 현장을 가다] 일양약품 김동연 사장 “‘끊고 맺음’ 확실해야 성공으로 직결”

입력 2016-03-20 18:25
일양약품 신약개발을 진두지휘한 김동연 사장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포기할건 포기하고 확신에 찬 신약은 집념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혁신적인 치료제(신약)는 단일 상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가 매겨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7조5000억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신약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신약강국 현장을 가다’ 기획 연재를 통해 혁신신약 개발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성공신화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29년 전만해도 한국은 신약개발 불모지였죠. 당시 스위스의 노바티스 제약사에 방문하고 대규모 연구단지와 R&D 투자, 신약기술에 대한 노력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만큼의 자본력과 연구 인력은 없죠. 그래서 ‘포기할 건 포기하되 효율성 있게 가자’는 생각으로 신약개발에 매진해 2개의 혁신신약을 개발했습니다.”

1971년 인삼을 드링크화해 만든 원비디, 그리고 노루모를 만들어 판매한 일양약품은 20여년 간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왔다. 그 결과물이 국산 신약 14호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놀텍’과 국산 신약 18호 ‘슈펙트’다. 혁신신약을 만들어 내며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일양약품의 연구인력이 6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신약개발 성공 비결은 ‘솔선수범’, ‘과감한 결단력’, 회사를 이끌어 가는 ‘열정’을 몸소 보여준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연구소장을 역임한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은 신약개발을 진두지휘 했다. 김 사장을 만나 일양약품의 혁신신약 개발 스토리를 들었다.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에 대해 김동연 사장은 ‘끊고 맺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평균 10여년의 연구과정, 수십억의 자본이 투입되는 신약개발이 쉽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수십개의 신약후보물질 중 어떤 것이 효능이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임상을 진행하면 회사 손실만 커지고 신약개발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결국 포기할건 과감하게 포기하고 확신에 찬 신약에 대해서는 집념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신약개발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항궤양제 신약 ‘놀텍’이다. 현재 이머징 마켓인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 진출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글로벌제약사들이 개발한 백혈병치료제의 콧대를 꺾은 국산신약 ‘슈펙트’도 일양약품의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양약품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물질로 타미플루보다 효과가 높은 항바이러스제제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최근 알츠하이머나 골다공증과 같은 치료제 개발에 많은 제약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결코 쉽지 않다. 무모하게 도전할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으로 ‘개발 가능한 신약’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양약품은 현재 표적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폐암치료 후보물질 등이 동물실험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면 개발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동연 사장은 에볼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등 각종 감염병과 관련 항바이러스제제 개발에도 관심이 높다. 그는 “시장성도 적고 투자비 회수 또한 불분명하지만 불특정 바이러스 유행의 대비를 위한 신약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약 탐색 단계부터 다국적제약사와 공동연구나 파트너십 등 ‘오픈이노베이션’이 화두가 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3∼4개 제약사들이 뭉쳐 신약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더 이상 복제약 중심의 내수 시장에 주력하기엔 한계가 있어 신약개발을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제약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한미약품 같은 큰 제약사들에게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맞지만, 벤처나 중소제약사에게 오픈이노베이션이 적합한지는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 사장은 “필리핀은 글로벌제약사에 밀려 자국제약사가 없다. 한국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세계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신약개발은 필수”라며 “지금은 R&D투자가 급선무이지만 적합한 회사가 있다면 인수합병도 언제든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사장은 장수 CEO이기도 하다. 1976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 입사 후 중앙연구소장과 부사장 등을 거쳐 2009년 5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지금까지 회사를 성장시켜온 인물이다. 최근 그는 3년 임기의 등기이사에 재선임됐다. 김 사장은 “두 개의 신약과 백신공장, 중국시장에 투자한 합자사 등을 통해 매출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만큼 내수 성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올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김 사장은 “국내 약가정책의 한계로 인해 국산신약을 개발해도 해외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안타깝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합리적 약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약개발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해 김 사장은 “신약 개발 단계에서 검증된 규제기관과 전문가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허가 과정이 조금더 빨라졌으면 한다. 이세돌이 바둑을 둘 때처럼 정부도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신약개발 지원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