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김규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생존율 낮은 것일 뿐… 췌장암 극복불가 아니다”

입력 2016-03-20 18:33

“제가 살 수 있나요?” 과거 드라마에서는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이런 질문을 의사에게 던지곤 했다. 암 치료성적이 좋지 못했던 시절 얘기다. 그러나 그동안 수술법이 진화하고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지금 진료실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췌장암은 아직도 완치가 어려운 암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췌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안타깝기만 하다. 김규표(사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평균 생존율이 낮은 것이지, 모든 췌장암 환자가 가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췌장암 치료율을 수학 성적에 비유했다. 그는 “한 반의 평균 수학 점수가 50점이라도 어느 학생은 100점을 맞기도 한다. 시험공부를 시작했다면 누구나 100점 맞을 기대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라는 의미다. 췌장암 환자의 6∼7명은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받아도 평균 1년 정도를 더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낮은 생존율은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긍정적인 치료 결과를 보인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아도 6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 치료를 포기한 50세 젊은 여성 환자가 있었습니다. 6개월만 살더라도 치료를 해보잔 남편의 지원에 치료를 시작했고, 젊은 여성 환자는 사랑하는 남편과 2년을 더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항암치료 성적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했던 췌장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시행해 수술이 가능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치료를 포기했다면 환자는 수술할 기회마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긍정적인 사례를 들려주는 이유는 췌장암의 낮은 생존율 정보만 듣고 치료를 스스로 포기하는 환자들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항암치료가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평균 생존율 이상을 사는 환자들이 있고 거꾸로 수술이 가능해진 환자들이 있기에 치료를 섣불리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올해부터 췌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 일부가 건강보험 지원을 받게 된다. 한달 평균 300만원을 넘는 약값을 지불해야 했던 췌장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보험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치료비 고민은 줄어들 것 같다”면서 “그동안 비싼 약값 때문에 약이 무료로 지원되는 임상시험의 기회만을 찾으려는 환자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 기회가 다른 암종보다 많은 췌장암의 현주소를 긍정적이게 바라봤다. 그는 “아직 만족할만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가 없다보니 여러 제약사에서 췌장암 정복을 위한 치료약을 개발 중에 있다. 이는 환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의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섣부른 포기보다 주치의와 상담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치료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