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 개최지 선정 수뢰’ 첫 인정

입력 2016-03-17 00:33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오간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시인했다. 부패 인사들로 인해 FIFA 역시 피해를 입었다며 미국 연방검찰에 압류된 부패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목적에서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FIFA는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에게 제출한 22쪽짜리 문서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난 전직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압수된 1억9000만달러(약 2270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에 대해 세부내역을 공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한 지아니 인판티노 신임 FIFA 회장은 문서가 제출된 다음날인 16일 “부패 혐의가 있는 피고들은 FIFA와 축구계의 신뢰를 져버리고 심각한 피해를 안겼다”고 성명을 통해 비난했다.

이어 “이 돈은 세계 축구계의 것이며 FIFA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자금을 회수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문서에는 뇌물로 쓰인 1억9000만달러의 구체적 내역도 공개됐다. 이중 2820만 달러(약 337억원)는 보너스, 항공료 등 FIFA 고위층을 위한 각종 경비에 쓰였다. 1000만 달러(약 119억원)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지 선정 당시 선정위원들을 위해 사용됐다.

압수된 자금 중 대부분인 1억5170만달러(약 1810억원)는 북중미 카리브 축구연맹(CONCACAF)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과 연관된 에이전트들에 제공됐다.

그간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뇌물 등이 쓰였다는 의혹은 제기됐지만 FIFA가 이를 공식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FIFA가 피해자 입장이라는 이 주장이 인정될 경우 미국 검찰은 피해자배상명령법에 따라 해당 금액을 FIFA에 보상해야 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