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프랑스 작가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청소년 시절 읽고 감동한 뒤 어른이 되어서도 두고두고 읽는 책이다. 사막에서 왕자와 여우가 주고받는 이 말에 감동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린왕자’를 읽기 전과 후, ‘길들이다’의 뜻은 그렇게 달라졌다.
프랑스에서 제9의 예술로 명명된 ‘연재만화’ 분야의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흥미 있는 기획을 했다. 이 멋진 책을 쓴 프랑스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책이 탄생하기까지는, 그리고 탄생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한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의 어린 시절, 비행에 대한 꿈과 조종사로서의 삶, 비행 사고와 미국 이민, 작가, 발명가, 화가, 철학자로서의 새로운 삶 등을 꼼꼼하게 펼쳐 보인다. 여자를 사랑한 남자로서의 삶도 놓치지 않았다. 평생의 연인 어머니와 조종사의 꿈을 포기할 정도로 사랑했지만 결혼을 못했던 루이즈와 여성 편력, 미망인이라 가족이 반대했지만 끝내 아내로 택한 콘수엘로….
“나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시시각각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모래와 하늘사이에서 발가 벗은 채 극단의 고요로….”
소설 ‘야간비행’에서 비쳤던 사막에의 불시착 경험이 어린왕자의 탄생에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어릴 적 어머니가 이야기와 독서의 산물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또 열 살 때부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비행기를 여행하는 꿈을 꾸었다.
출판 성공담이기도 하다. 뉴욕 시절, 시간만 나면 어린아이를 메모지에 그리는 생떽쥐페리를 눈여겨본 출판사 관계자가 ‘젊은 독자를 위한 책을 내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어린왕자 초벌그림(사진), 각국 번역본 표지, 영화 포스터 등 풍부한 시각자료도 볼만하다. 그야말로 어린왕자 백과사전이다. 강만원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어린왕자 초벌그림서 각국 번역본 표지 등 시각자료 풍부
입력 2016-03-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