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사는 A씨(64)는 40년간 함께 산 남편 B씨와 성격차이로 최근 이혼했다. 곧바로 국민연금공단에 월 99만원인 B씨의 노령연금을 나눠 받게 해 달라고 청구했다. 공단은 A씨가 가입기간에 B씨와 혼인상태였음을 확인하고 연금 분할을 결정했다. A씨는 B씨 연금의 절반인 약 49만5000원을 매달 받는다.
시행 29년째를 맞은 국민연금이 ‘세태의 거울’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16일 발표한 2015년 통계를 보면 황혼이혼과 조기 퇴직 증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령화와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노후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분할연금 수급자는 1만4829명으로 연금제도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노령연금 수급자 증가와 함께 황혼이혼이 많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2010년 분할연금 수급자는 지난해의 3분의 1도 안 되는 4632명이었다. 국민연금 연금급여실 남장우 차장은 “이혼 후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분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어서 분할연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할연금 수급자들이 한 달에 받는 돈은 평균 17만원 정도다.
수급 시기보다 앞당겨 연금을 타는 사람도 지난해 48만343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울산에 사는 C씨(60)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2월부터 매달 134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소득이 없어 급여 개시를 10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7만원이 적은 월 127만원을 노령연금으로 받게 된다.
C씨처럼 조기노령연금을 타는 사람은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15.2%나 된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됐지만 실질적 퇴직은 50대 초반부터 일어나고 있다”면서 “급여액 면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라 먼저 안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고 건강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수급 시기를 늦춰 더 많은 노후자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연기연금’ 신청자는 1만2471명으로 2010년의 864명에 비해 14배나 증가했다. 연금 수급 시기를 연장하면 해당 기간 연금에 연 7.2%가 가산된다.
가입기간을 늘려 연금을 더 타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과거 일시금으로 받았던 연금을 반납하고 연금으로 받겠다는 사람이 지난해 10만2883명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납기간 보험료를 추가로 내 연금을 불리겠다는 사람도 5만8244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여성 가입자도 급속히 늘어 지난해 말 941만267명으로 43.6%를 차지했다. 2010년(765만9407명·39.8%)에 비해 175만명 증가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입자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찾아가는 서비스’로 일용직근로자의 신규 가입이 39만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61세 이상 인구 893만명 가운데 38.3%인 342만명이 연금을 받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황혼이혼 ‘그림자’ 연금분할수급자 급증… ‘세태의 거울’ 국민연금
입력 2016-03-16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