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려 21억여원을 챙긴 금호타이어 연구원과 운송담당 직원 등 2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폐기처분되지 않고 헐값에 무단 반출·판매된 타이어로 인한 인명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폐기해야 할 타이어 6600여개를 빼돌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수절도 등)로 금호타이어 운송담당 직원 임모(28)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타이어 반출권한을 남용해 수익을 올린 현직 연구원 4명과 장물임을 알면서도 타이어를 사들인 대리점 업주 10명, 장물알선 업자 3명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격일제로 근무하는 임씨 등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시험용 타이어를 외부로 빼돌려 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연구원 명의 지출증 등을 위조한 뒤 전남 곡성과 경기도 용인 연구소에 주행 테스트용으로 보낸 것처럼 위장했다. 이들이 타이어를 시중가격 절반에 대리점 등 판매처에 넘겨주고 챙긴 이득은 금융계좌에서 확인된 금액만 21억원에 달했다.
‘반출 권한’을 가진 연구원들도 타이어를 공장 밖으로 빼돌린 뒤 중고 사이트에서 헐값에 팔거나 장물업자에게 넘기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심했다.
주행 테스트에서 회전 저항과 마모도 등의 성능 시험을 마친 타이어나 여분의 시험용 타이어는 옆 부분을 칼로 찢어 폐기해야 한다. 하지만 임씨 등은 많게는 하루 90여개의 타이어를 폐기하지 않고 빼돌려왔다. 그동안 타이어 반출과 폐기가 전산이 아닌 수기 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경찰은 임씨 등이 택배업체 직원에게 개당 5000원씩 주고 대리점 업주나 장물업자에게 배달시킨 타이어는 시중에서 대부분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리점 업주 등은 넘겨받은 타이어를 정품으로 속여 판매했다.
경찰은 주행 테스트를 거친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특정 부위의 마모도 등이 정상제품과 달라 운행 시 사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4년 동안 무단 반출 사실을 알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자체 감사에서 이를 적발하고 운송담당 직원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들 직원뿐 아니라 연구원 4명을 포함해 26명이 가담하는 등 훨씬 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행이 이뤄져온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송기주 광역수사대장은 “시중에 무단 유통된 시험용 타이어는 안전성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가격이 싸게 유통되는 타이어는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폐기 대상 시험용 타이어 6600개 ‘씽씽’… 금호타이어 직원들, 서류 위조 21억어치 빼돌려 팔아
입력 2016-03-16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