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4)씨는 2001년 11월 징병 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군 미필(未畢)이다. 14년4개월간 총 13차례 입대를 미루며 지금까지 왔다. 11차례는 학업, 자격시험 응시, 질병 등의 사유서를 내서 연기했고, 1차례는 행방불명으로 인한 연기, 또 1차례는 무단 입영기피였다.
김씨는 신체검사 이듬해인 2002년 ‘대학교 학업’을 이유로 처음 입대를 연기했다. 대학을 졸업한 2005년에는 ‘자격시험 응시’와 ‘직업훈련원 교육’을 사유로 대며 미뤘다. 2006년 3월에는 몸이 아파서, 그해 7월에는 국가고시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2007년 “직업군인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시 입영연기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다음해 “해외 출국 허가를 받았다”면서 ‘출국대기’ 상태여서 군대에 갈 수 없다고 했다. 그 뒤로도 질병과 국가고시 등 과거에 써먹었던 사유를 들며 병역의무를 피했다. 이렇게 8년간 11차례나 입대를 미뤘다.
결국 병역기피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2010년 3월 검찰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서울지방병무청은 “병역 기피 혐의가 없어도 이제 입대해야 한다”며 그해 7월 입영 통지서를 보냈다. 이를 받은 김씨는 3년간 행적을 감췄다.
서울병무청은 2013년 김씨 같은 행방불명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입영통지를 했다. 그러자 김씨는 “내가 없으면 어머니가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병역의무를 아예 면제해 달라고 했다. 서울병무청 생계곤란심의위원회는 면제신청 1차 심의에서 김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2차 심의는 “병역 감면 기준에는 해당하지만, 고의로 감면 기준을 충족시켰다”며 퇴짜를 놨다. 그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군대에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김씨가 서울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병역감면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1년부터 12년 이상 입대를 연기하다 2013년에야 생계곤란을 이유로 댔다”며 “12년이면 생계 대책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이어서 병역을 감면해줄 공익적 필요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12년간 병역기피 30代… 법원 “군대 가!”
입력 2016-03-1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