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새로운 얼굴들에겐 기회의 땅이다. 특히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지낸 선수들에겐 나를 드러내야 할 절박한 시간이다. 시범경기 1주일이 지난 지금 이름을 각인시키며 떠오르고 있는 선수를 알아봤다. 이들은 깜짝 활약을 넘어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백상원(28)은 입단 6년차 중고신인이다. 2010년 4라운드 전체 28순위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는 2013년에야 밟을 수 있었다.
백상원이 6년간 뛴 1군 통산 경기 수는 88경기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주로 백업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16일까지 치른 시범경기 8경기에서 백상원은 11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타율 5할(22타수 11안타)로 시범경기 전체 1위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생긴 2루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 있다. 원래 주전으로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감기 몸살로 2군에 머물러 있는 조동찬에 비해 수비 범위가 다소 좁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류중일 감독도 “지금 같으면 백상원이 주전 2루수”라고 말할 정도다.
두산 베어스의 국해성(27)은 2008년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2012년 3경기에 나와 첫 1군 무대를 경험했다. 군 복무 후 지난해 다시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11경기에서 타율 2할을 기록했다. 첫 홈런, 첫 타점도 뽑아냈다. 지난 시즌의 이러한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아직 시범경기 초반이지만 그는 7경기에서 타율 3할8푼9리, 7안타, 10타점(시범경기 1위)을 올리고 있다. 특히 2루타 4개, 홈런 2개 등 장타력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장민재(26)도 서서히 꽃을 피우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던 그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2홀드를 기록했다.
2009년 한화에 입단해 올해로 프로 8년차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53경기에서 2승7패1홀드, 평균자책점 6.25에 그쳤다. 주로 패전조였다. 그러나 그는 낙심하지 않고 성실하게 실력을 갈고 닦았다. 캠프 때 수시로 김성근 감독 방을 찾아가 투구폼을 물었다. 그 효과가 시범경기에서 나오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27)은 아직 1군 기록이 없다. 2012년 NC 다이노스에 8라운드 전체 69순위로 지명됐지만 이듬해 넥센으로 트레이드 돼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신재영은 올 시즌 1군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으며 조상우의 부상으로 생긴 선발 구멍을 메울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불펜으로 2⅔이닝동안 무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으로 퍼펙트 행진을 펼치더니, 16일 SK 와이번즈전에서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염경엽 감독도 “1군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투수다. 사이드암이지만 좌타자를 상대로 던질 싱커와 체인지업이 있다”며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중고신인들 “올해는 무명 탈출”… 프로야구 시범경기 깜짝 활약
입력 2016-03-1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