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完生’ 되면… 인간 설자리 잃는 ‘無人시대’ 도래

입력 2016-03-17 04:02



인공지능(AI). 인류의 도구가 될 것인가, 인류를 지배할 것인가.

이세돌(33) 바둑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했다. 자율주행차 실험을 보며 막연히 생각했던 ‘편리해질 미래’의 그림에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도 로봇이 대신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끼어들었다. 이른바 ‘무인(無人)시대’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식의 변화는 공포로까지 증폭됐다.

인간의 지적 능력과 노동력을 대신할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선사할지, 재앙으로 닥쳐와 ‘디스토피아’가 펼쳐질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분명한 건 그 방향을 선택할 기회가 아직 인류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설정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쏟아지는 로봇일꾼, 인간의 자리는?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우리 삶의 변화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미 시작됐다. LA타임스는 2013년부터 지진 정보를 자동 수집해 실시간 지진 기사를 작성하는 ‘퀘이크봇’을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 등 통신사도 스포츠·금융 속보와 단신 기사를 제작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국내 언론도 서울대 연구팀과 협업해 개발한 기사작성 알고리즘 로봇을 증시 뉴스 제작에 활용하기도 했다.

육체노동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효율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일본 건설기계업체 고마쓰는 땅파기 로봇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고안했다. 10년 이상 숙련된 인력이 할 수 있는 고정밀 작업을 수행한다. 보행자와 부딪히지 않고 거리를 다니며 상품을 배달하는 ‘로봇 택배기사’는 다음 달 영국에서 시범운행에 나선다.

분석과 판단이 중요한 전문직종에도 로봇일꾼이 차츰 등장하고 있다. 미국 일부 병원에선 약사를 대신한 ‘로봇약사’가 선보였고, IBM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된 로봇 변호사 ‘로스’는 음성 명령을 받아 판례 등 법률 정보를 찾아준다. 승소 확률까지 계산해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켄쇼’를 도입했고,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자산관리 업무에 왓슨을 활용해 사용자 성향에 맞는 상품과 투자처를 조언해주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로봇 ‘페퍼’로만 운영되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이달 말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페퍼는 스마트폰 상품 설명과 신규 가입 업무 등을 맡게 된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까지 로봇, 인공지능,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700만개 이상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는 사무·행정직 475만9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이 직업의 모든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의 직업 가운데 47%가 20년 안에 컴퓨터로 대체되거나 형태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창구업무, 부동산등기 대행, 보험대리점, 증권사 사무, 세무신고 대행, 스포츠 심판, 공장 오퍼레이터 등이 사라질 확률이 높았다.

미래 사회의 모습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사회에서 인류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가늠케 했다. 여기서 인류가 느끼는 두려움의 원천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진화·판단·행동하는 자율권까지 갖게 될 경우 인간이 느낄 무력감에 있다. 소수의 인공지능 조작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가정, 기계의 활약으로 늘어난 생산물이 인간에게 돌아오겠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학자들은 100년 뒤쯤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9일 ‘인공지능, 완생이 되다’란 보고서를 발표하며 2030년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고, 비서, 보안, 경비 등의 분야에서 시작된 인공지능 서비스가 2020년이면 헬스케어, 자율운송, 스마트 에너지, 자동 통·번역 분야로, 2025년 이후에는 법률, 교육, 간호, 자율주행차 분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16일 “인공지능은 제한된 행동을 프로그램화해 인간과 유사하게 행동하도록 제어하는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겠지만 인간을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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