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차세대 안무가 키울 발판 다지는 중”

입력 2016-03-16 21:04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식당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제가 무대에 설 때보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보람을 느껴요. 제 역할은 국립발레단의 다음 세대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16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4년 2월 취임한 강 단장이 단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건 처음이다. 그는 “취임하면서 발레 대중화를 위해 국립발레단에서 좀 더 많은 스타일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과 단원들의 기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지난 2년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해온 덕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고전발레에 다소 편중돼 있던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를 네오클래식, 모던발레, 드라마발레, 컨템포러리발레 등으로 다양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원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됐고, 관객들에게는 발레의 재미를 더해줬다. 여기에 강 단장은 지난해 단원들이 직접 안무한 소품들을 공연하는 ‘신인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때 발표된 솔리스트 강효형의 ‘요동치다’와 국립발레단 출신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안무한 ‘여행자들’이 오는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청공연을 갖는다. 강 단장의 친정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단원 출신으로 세계 각국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위해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공연을 펼치고 있는데, 이 일환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강 단장은 “두 작품 모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으로부터 모든 경비를 지원받는 초청공연”이라며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안무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 단원들이 앞으로 안무한 작품들이 국립발레단 레퍼토리로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현역 무용수로 오래 활약하다 고국에 돌아와 행정가로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도 돌아봤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는 편의점에서 3개월간 샌드위치만 사 먹었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며 “남편 건강이 악화되면서 음식을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남편과 나 모두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터키 출신 남편은 이제 한국이 가장 살기 좋다고 말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어 “단장으로 오면서 단원 및 직원들의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과 연습실에서 또는 사무실에서 함께하며 소통하다보니 여기까지 무난하게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름대로 단원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은 현역 무용수인 탓에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좀 더 많이 쏟아진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슈투트가르트에서 7월 22일 ‘오네긴’ 공연을 한 번만 더하면 발레리나로서 제 인생은 완전히 끝난다”고 웃었다.

강 단장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국립발레단은 첫 작품으로 30일부터 4월 3일까지 ‘라 바야데르’(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를 올린다. 프랑스어로 인도 사원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의 슬픈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고전발레 가운데서도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신작 ‘세레나데’(조지 발란신 안무)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마르시아 하이데 안무)가 포함된 6번의 정기공연과 3번의 기획공연도 준비 중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