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직원, 텔레마케터 등 감정노동자가 우울증(우울병) 등에 걸릴 경우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키로 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된다. 기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만 규정돼 있어서 감정노동자의 정신질환 산재 승인 비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울증은 우리나라 정신병 중 발병 비중이 가장 높다. 따라서 앞으로 감정노동자 정신질환의 산재 승인 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재보상 대상 확대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감정노동자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동 조건과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경기 침체로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감정노동자들은 일부 몰상식한 손님들로부터 언어폭력이나 부당한 ‘갑질’을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객 응대를 거절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갑질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국회에 계류 중인 감정노동자보호법의 시행규칙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그러나 법도 시행규칙도 감감무소식이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도 갑질 고객 대응 매뉴얼까지 만드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매장 직원들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실정이다.
누구보다 사업주들이 우선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식의 낡은 구호 대신 종업원의 인권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해야 한다. 업종이나 기업별로 손님 대응 매뉴얼을 만들 필요도 있다. 고객이 폭언이나 협박을 할 경우 법규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도록 하고, 이럴 경우 고객응대 거절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하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들도 자신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친척 중 어느 한 명 이상은 감정노동자임을 자각하고 노동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사설] 감정노동자 정신질환, 보상 이상으로 예방 중요하다
입력 2016-03-1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