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의 자연재해가 원전사고의 인재(人災)로 둔갑한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 소설가이자 문예평론가인 저자(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결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억압하는 특정비밀보호법,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망언의 정치, 인텔리전스가 없는 정부, 집권당의 오만, 공교육 붕괴 등 민주주의의 취약점에서 각종 인재가 비롯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학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실의 허구성을 벗겨내고 있다. “민주주의는 먼 미래나 환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나야 하고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개개인의 실천 속에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는 망각을 유도하는 국가의 압박에 수긍하기 쉽다. 국가와 국민은 한 목소리를 가질 필요가 없고, 그런 의무도 없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희망적인지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말하는 고통의 이야기’라면, 그건 아무리 비참하더라도 훗날 태어나 그 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가 겪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세밀하게 들춰낸 이 책은 걸핏하면 참사가 일어나는 한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홍민 옮김.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우리의 민주주의거든] 민주주의 취약점에서 인재 일어난다!
입력 2016-03-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