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동시대 최첨단의 과학을 한국인들의 면전에 전시했다. 이번 대결을 지켜보면서 한국인들은 사실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이나 로봇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 로봇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으며, 앞으로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알파고에 대한 궁금증이라면 ‘인공지능과 딥러닝’(동아엠앤비)이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 같다. 일본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자가 2015년 시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황을 보고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이 무엇이고, 어떤 역사를 밟아왔는지,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의 혁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는 60년에 달한다. 그동안 두 차례 세계적인 붐이 있었으나 늘 같은 문제에 부딪쳐 왔다. 그 문제를 일부 해결한 것이 딥러닝이며, 딥러닝을 통해 인공지능 연구는 지금 3차 붐을 형성하고 있다.
“딥러닝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특징을 만들어 낸다. 인간이 특징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가 스스로 높은 차원인 특징을 획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분류할 수 있게 된다. 딥러닝으로 인해 지금까지 인간이 관여해야만 했던 영역에 인공지능이 깊이 파고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딥러닝 연구가 진보되면 인식 능력이나 예측 능력, 행동 능력, 개념 획득 능력, 언어 능력을 가지는 인공지능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산업적으로 큰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폭주해 인류를 위협하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지금 딥러닝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세계의 특징을 찾아 특징표현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의사를 가지거나, 인공지능을 다시 설계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이 인류를 정복하거나 또 다른 인공지능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그저 꿈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은 뒷부분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윤리 문제가 중요하게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논의한 책으로는 ‘왜 로봇의 도덕인가’(메디치)가 나와 있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어크로스)은 인공지능 시대, 로봇과의 동거 시대에 제기되는 다양한 질문들을 다루는 책이다. 저자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으로 한국적 맥락에서 인공지능 문제를 들여다본다. 내 직업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동번역 시대에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로봇과 자동화는 긴 노동시간을 줄이고 우리를 ‘저녁이 있는 삶’으로 안내해줄 것인가 등과 같은 10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인간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기심을 보존해야 한다. 저자는 “기계가 모방하기 가장 어려운 인간의 지적 기능은 질문하는 능력으로 여겨진다”며 “대부분의 기억과 판단을 외부 기계장치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금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호기심과 질문 능력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1920년 출판된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봇’(모비딕)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가 쓴 ‘기계와의 경쟁’(띄움)과 ‘제2의 기계 시대’(청림출판)가 자주 추천된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컴퓨터 기술이 우리의 삶과 일, 경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려냈다.
최근 출간된 ‘사이보그 시티즌’(김영사)은 사이보그 시대를 정치적 측면에서 조망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저자는 사이보그 전사나 섹스머신뿐만 아니라 예방접종을 한 사람부터 인공장기나 보철을 한 사람들까지 모두 사이보그라고 정의하면서 “우리는 거의 모두가 사이보그이며, 사이보그 사회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고 선언한다. 또 ‘자연진화’와 대비되는 ‘인공진화’라는 개념을 고안해 인간의 육체가 점점 더 기계의 몸을 닮아가고, 인간의 사회적 영역에 대한 기계적 요소들의 침입이 늘고,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실을 설명한다.
저자는 사이보그 기술의 진전 과정을 추적하면서 대리전쟁, 뇌사 판정, 생명 복제, 사이버 섹스 등 다양한 윤리적·사회적·문화적 쟁점들을 검토한다. 과학기술의 폭주에 인간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게 주요 논지를 이룬다. 그는 인공두뇌학의 아버지 노버트 위너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미래의 큰 문제들 중 하나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문제, 그 두 행위자들에게 적절히 기능들을 할당해야 하는 바로 그 문제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가 궁금하십니까
입력 2016-03-17 20:16 수정 2016-03-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