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30골 포효 ‘라이언 킹’ 이동국 “아시아서 인정받고 싶다”

입력 2016-03-16 21:32

“다시 현역으로 돌아간다면 이 선수처럼 공격수로서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세우고 싶다.” 황선홍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부러워한 ‘이 선수’는 이동국(37·전북 현대)이다. K리그를 평정한 그는 이제 아시아 무대에서도 전설을 쓰고 있다.

이동국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빈즈엉(베트남)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팀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휘저으며 전북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던 이동국은 후반 45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로페즈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고, 볼은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ACL 사상 첫 개인 통산 30호 골이었다.

이동국은 경기 후 “(ACL에) 2010년부터 출전했으니 벌써 7년째가 됐다. 기록을 위해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팀 성적을 위해 골을 넣으려고 한다”며 “많은 골을 넣으려면 16강, 8강으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고 골 사냥 의지를 밝혔다. 이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모른다. K리그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으니 아시아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지금까지 413경기에 나서 180골을 기록 중이다. 득점 2위인 데얀(141골)보다 39골을 더 넣었다. 이동국은 K리그와 ACL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최다골 기록을 갈아 치우게 된다. 이번 시즌에서 도움 4개만 추가하면 K리그 최초로 70-70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공격포인트는 246개로 K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생각하면 이동국의 기록은 더욱 놀랍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는 정통 스트라이커들의 전성기였다. 이들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싸우며 골은 넣는 데에만 집중하면 됐다. 2002 한·일월드컵 때부터 전방압박 축구가 위세를 떨쳤다. 이후 스페인 국가 대표팀과 FC 바르셀로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제로톱이 유행했다. 정통 스트라이커인 이동국은 세계 축구 흐름에 맞춰 활발하게 수비에 가담하고, 페널티지역 밖으로 나와 공간을 만들면서도 꾸준히 득점을 올리고 있다.

이동국은 과거 인터뷰에서 “선수라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요즘 정통 스트라이커의 의미가 축소되긴 해지만 개의치 않는다. 축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고 자부심을 나타냈었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정통 스트라이커 계보가 이동국에서 끊겨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정통 스트라이커의 맥을 잇는 선수가 10년에 한 번씩 나오는 것 같다”며 “김신욱(28·전북), 황의조(24·성남 FC) 등이 이동국의 뒤를 이을 재목들”이라고 말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