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에 유일하게 개설된 여성학 관련 강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폐지하는 것은 헌법과 교육법을 위반하는 행위이자 여성 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호숙(전 총신대 시간강사) 박사는 “총신대에서 개혁신학을 전수받아 배출된 여성 신학자이지만 학교로부터 행정적 ‘갑질’ 횡포를 당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강 박사는 총신대에서 2002년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교회 여성리더십의 이론과 실천방안’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해부터 7년 동안 총신대의 유일한 여성학 교양과목인 ‘현대사회와 여성’을 강의해 왔다. 그런데 수강 신청을 며칠 앞둔 지난달 19일 학교로부터 “강의가 유보됐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총신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던 ‘한국사회와 여성문제’ 과목은 아예 ‘강의 폐지’ 통보까지 받았다.
강 박사는 “지난해 12월 14일 김영우 총장이 참석한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송년회 자리에서 A박사가 ‘여성 목사 안수’를 두고 기도했던 것이 발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표기도에 나선 A박사는 “이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도 여성들에게 안수가 이뤄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설교자로 등단한 김 총장은 준비했던 설교 대신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 라는 성경구절을 언급하며 “여성 목사 안수 반대는 개혁신학의 보루”라고 발언했다. 강 교수는 “당시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고 회고했다.
문제는 A박사가 맡고 있던 수업의 강사가 바뀌고 강 박사가 맡았던 수업들이 개설 유보되거나 폐지되면서 불거졌다. 강 박사는 “사실 확인 과정에서 학교 측 관계자로부터 ‘총장님이 여동문회 건을 언급하며 두 사람을 강의에서 배제하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저는 송년회에 참석만 했을 뿐인데 불똥이 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지난달 26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총장 측에 공개사과와 성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총신대 관계자는 “강의 계획과 강사 선정에 관한 것은 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해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총장이 일부 인사를 지명해 강의에서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학평가에 대비해 전임교원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신임 교원 채용 절차가 다소 늦게 마무리돼 새 학기를 앞두고 일부 강의가 조정된 것”이라며 “A박사와 강 박사를 포함해 시간강사 10여명이 강의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총신대서 강의 박탈당한 강호숙 박사 “여성 목사 안수 위해 기도했다고 강의까지 폐강합니까”
입력 2016-03-16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