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수도권 민심 결정적… ‘유승민 보란 듯’ 결단

입력 2016-03-16 00:40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7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진하 공천관리위 부위원장, 이 위원장, 홍문표 공천관리위원. 뉴시스
막말 파문으로 '컷오프'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국민일보 DB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5일 막말·욕설 파문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 핵심 윤상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킨 건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총선을 진두지휘할 김무성 대표의 권위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덮고 갈 수는 없다는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 공천 배제는 예견됐던 일이다. 이날 하루에만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초선의 김용남 원내대변인까지 나서서 윤 의원의 결단을 주문했다. 홍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취중 실언 정도로 넘기기엔 사안이 간단치 않게 됐다”고 했다. 박 사무부총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사무총장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여당 중진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물밑에서만 새어나오던 자진사퇴론이 공개적으로 분출한 것이다. 윤 의원은 욕설 녹취록이 공개된 후 김 대표에게 사과하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소명한 뒤 외부 접촉을 끊은 채 당의 결정을 기다려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에 대한 바닥 민심을 생각하면 공천 배제 결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어찌됐든 김 대표 얼굴로 선거를 치르려면 땅에 떨어진 대표의 권위부터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줄줄이 탈락시키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윤 의원마저 보란 듯 날려 유 의원이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게끔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친박 일부에선 여전히 윤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맴돌았다. 막말 파문만 떼어놓고 보면 공천 탈락까지 갈 사안은 아닌데 시기적으로 ‘유승민 공천’ 문제와 맞물리면서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전날 컷오프된 대구의 주호영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주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 부당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공천 탈락이 확정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한구 위원장이 지역구 관리에 실패해 지역구를 포기한 것 아니냐. 지역구 관리를 가장 못해 당을 어려움에 빠뜨린 사람이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을 배제하는 게 공당의 공천 시스템”이냐고 따져 물었다. 유승민 의원이 낙천할 경우 함께 무소속 연대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 의원 지역구엔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가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당초 대구 중·남에 공천 신청을 했던 이 전 부지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방침과 뜻에 따라 여성 소수자로서 당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김무성 대표를 향한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김 대표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상향식 공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 의원의 항의 전화를 받고 “미안하다”고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집권 여당의 대표가 무력해도 너무 무력해 안쓰러울 정도”라고 했다.

권지혜 김경택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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