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80대 치매환자가 60대 ‘꽃뱀’ 등의 꾐에 빠져 빈털터리가 됐다.
A씨(83)는 부모로부터 90억원 이상의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렸다. 2013년 7월쯤 지인의 소개로 B씨(62·여)를 만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B씨는 자신을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밝히며 A씨 집에 수시로 찾아왔다. A씨는 건강을 살펴주고 말벗도 해 주는 B씨가 고마웠다. 그러던 어느 날 B씨가 A씨에게 유류분 청구 소송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당시 A씨는 상속받은 재산 중 90억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놓고 형제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B씨는 “나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다. 원한다면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줄 수 있다”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송비용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로 판단력이 떨어진 A씨는 B씨가 시키는 대로 재산을 처분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2억6000만원 상당의 펀드 2개를 매각했고 대금을 B씨 계좌로 이체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여생을 돌봐주겠다”며 혼인신고서까지 작성해 A씨를 안심시켰다.
B씨는 혼인 후 임의로 A씨의 주소를 옮기고 수차례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 미국 영주권자인 자녀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 C씨(76), D씨(61)와 공모해 2014년 9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A씨의 집과 토지 등 부동산을 모두 처분해 59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A씨가 빈털터리가 되자 B씨는 A씨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토록 했고 같은 해 10월 이혼 조정이 결정되자 A씨 곁을 떠났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B씨를 구속하고 C씨와 D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B씨와 C씨는 전부터 부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 왔으며 검거 당시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80代 치매 노인 접근 “재산 지켜준다”… 위장결혼 90억원 뜯어낸 ‘60代 꽃뱀’
입력 2016-03-15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