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름다운 패배… 이세돌·알파고 최종 대국

입력 2016-03-15 22:29
이세돌 9단이 15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차 대국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장 대기실에서 딸 혜림양을 안은 채 밝은 표정으로 부인 김현진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2년부터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모녀는 대국 내내 이 9단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 9단은 ‘알파고’에겐 없는 가족사랑으로 꿋꿋하게 대국을 이어갔다. 구글 제공

이세돌(33) 9단이 ‘알파고(AlphaGo)’에 최종 5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그의 투혼은 기계가 가지지 못한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 의지를 보여준 것이어서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 9단은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에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양측 처음으로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며 ‘계산 바둑’을 둔 끝에 280수 만에 불계패했다. 5시간에 걸친 대접전이었다.

1∼3차전을 내주고 4차전을 이기며 인간계의 자존심을 다소나마 되찾았던 이 9단은 종합 전적 1승4패로 세기의 대결을 마무리했다. 대국 전 자신했던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 9단은 끝까지 최선을 다면서 인간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상대 기보를 전혀 알 수 없어 ‘불공정 게임’ 시비까지 일었지만 패배에 대해 이렇다할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4차전 승리는 향후 알파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알파고가 이 9단의 예상 못한 수에 ‘프로그램 에러’ 같은 자충수를 내면서 불완전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국은 1997년 체스에서 인간이 컴퓨터에게 패배한 사건에 버금가는 인류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날 이 9단은 평소 초반 실리를 두텁게 하면서 중반 이후 승부를 거는 평소 자신의 스타일대로 편안하게 승부를 이어갔다. 꼭 이기겠다는 4차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중반에 접어들면서 우하귀와 중앙 위쪽에 큰 실리를 구축했다. 3차전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대국을 펼친 알파고에 맞서 이 9단이 흑 101로 흔들기에 나섰지만 알파고는 침착하게 실리를 지켰다. 이 9단은 계산력에서 앞선 알파고에 맞서 끝까지 버텼지만 실수가 거의 없는 알파고를 극복하지 못했다.

우승상금 100만 달러를 이미 놓친 이 9단은 대신 대국료 15만 달러와 승리수당 2만 달러 등 모두 17만 달러를 받았다. 딥마인드 측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게도 조만간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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