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표’ 제압한 알파고 창의적 수 앞엔 허점 드러내… AI 발전 성과와 한계

입력 2016-03-15 22:10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5번기를 마친 뒤 시상식에서 이번 대국에 쓰인 바둑판에 사인을 해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왼쪽)에게 선물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9단의 창의적인 묘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허점도 드러냈다.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AI)의 발전 성과와 한계를 모두 보여준 중요한 지점으로 평가된다.

알파고는 15일 진행된 이 9단과의 마지막 대국에서도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승리는 알파고가 가져갔지만 승부는 치열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대국 도중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경기 초반 나쁜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초조하다”고 관전평을 올렸다. 4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의 단점을 파악한 이 9단이 창의적인 바둑으로 나서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사비스 CEO는 4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진 원인을 이 9단의 창의적인 바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4번째 대국에서 이 9단의 78수에 대해 알파고는 거기에 둘 확률이 만분의 1로 낮다고 평가했다”면서 “매우 복잡한 의미의 수를 알파고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9단이 78수를 ‘유일한 수’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인간과 AI의 판단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는 이 9단의 ‘신의 한 수’ 가치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전개를 했다는 것이다.

알파고의 한계를 알게 된 것이 구글 딥마인드로서는 가장 큰 성과다. 하사비스 CEO는 “신경망은 스스로 바둑을 두며 학습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지식의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9단과의 대국을 통해 이런 한계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파고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 분명하다. 딥마인드는 이번 대국의 데이터를 알파고에 입력하고 학습시킬 계획이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수로 4국에서 이 9단의 78수, 2국에서 알파고의 37수를 꼽았다. 그는 “바둑의 심오함을 알 수 있었다”면서 “두 수를 오랫동안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실력만으로도 AI가 상당한 진척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종합적인 판단과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AI가 정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던 바둑에서 세계 최고 선수를 이겼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이 둘 수 없는 수’를 수차례 보여주며 바둑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처음에는 실수로 보인 수가 결국엔 ‘묘수’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국 이후 AI 관련 연구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개발한 궁극적 목표가 범용적인 AI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케어, 지능형 비서 서비스 등 인간에게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더 복잡한 능력이 요구되는 게임을 통해 AI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개선점을 면밀히 분석해 더 많은 대국을 할지, 기술을 추가로 개발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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