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해 온 러시아가 시리아 내 병력 철수에 나섰다. 이에 따라 5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시리아 평화회담이 재개됐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시리아 내 병력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부터 시리아 내 공습에 참여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시리아에 군을 투입한 목표를 달성했고, 평화회담에 임할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병력을 철수할 뜻을 밝혔다. 크렘린궁에서 국방·외무장관과 회의를 가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지원으로 시리아 정부군은 국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게 됐다”면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주둔해 있던 러시아 군대를 철수하되 휴전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북서부 라타키아에 있는 헤메이밈 공군기지와 타르투스항에 있는 해군 기지 등은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철수 후에도 알아사드 정권의 대테러전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회담이 재개된 날 러시아가 이 같은 ‘깜짝 발표’를 한 데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평화회담에서 시리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가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군을 철수하면 알아사드 정부는 시리아 정세를 안정시키고 모든 이의 이해관계를 맞출 수 있는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BC방송은 유가 하락 등 비용 문제가 영향을 미쳤으며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고립을 끝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서방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군 철수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방과 아랍 국가들은 러시아가 정부군을 돕고 있으며 반군과 민간인에게 폭격을 퍼붓는다고 비난해 왔다.
러시아 군사분석가인 안톤 라브로프는 “푸틴 대통령의 발표는 서방과 반정부군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제스처”라면서 “시리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 규모를 조금 줄인다고 해도 알아사드 정권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군을 철수하는 의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제네바에서 시리아 평화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한 외교관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비슷한 ‘양보 전략’을 예전에도 수차례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의도가 정확히 뭔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러시아의 군 철수가 평화회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데 발판이 될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리아 반군은 러시아의 결정을 조심스레 환영했다. 살림 알무슬랏 반정부 대표단 고위교섭위원회(HNC) 대변인은 “러시아의 지원이 알아사드 정권을 연장시켜 왔기 때문에 러시아의 군 철수는 평화회담에 긍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러시아의 공습으로 시리아에서 민간인 1733명을 비롯해 440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시아軍, 시리아 ‘깜짝’ 철수 … 평화회담 돌파구 될까
입력 2016-03-15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