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조직이 상습적인 야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등 후진적이고 구시대적인 악습으로 골병들어 국제적인 경쟁력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더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 조직건강 ‘적신호’=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15일 공개한 ‘한국기업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약세가 뚜렷했다. 두 기관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직건강도 진단은 리더십, 업무시스템, 혁신분위기, 책임소재 등을 평가·점수화해 글로벌 1800개사와 비교했다.
검진 결과 조사대상 100곳 중 글로벌기업 평균보다 조직건강도가 떨어지는 업체는 최하위수준 52개사를 포함해 모두 77개사에 달했다. 특히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됐다.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받은 기업은 10곳에 그쳤다. 국내 기업들은 리더십,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외부 지향성 등 4개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가능케 하는 차별적인 조직운영 모델을 의미하는 ‘지속성장 DNA’를 갖고 있는 국내기업 비율은 50%로 글로벌기업(66%)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습관적 야근’ 등 후진적 기업문화=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에서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이 가장 문제가 되는 기업문화로 지적했다. 야근·회의·보고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 야근을 하고 있었다.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에 이르렀고,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그쳤다. 하지만 야근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업무시간과 성과는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됐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A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30분을 근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 9시간50분 일했다. 그러나 A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보다 더 낮았다. 이외에도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 등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CEO가 기업문화 개선에 앞장서야=대한상의는 전근대적 기업문화의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가치관의 공유부재’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우선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업원칙 확립, 업무지시 및 피드백 적합화 등을 기업이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과중시 평가체계 확립과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더십 역량 및 가치관 공유 부족은 리더십 역량강화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주요 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기업문화 선진화포럼’(가칭)을 구성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준비하고, 문제 이슈와 해법을 담은 콘텐츠를 웹에 게재할 예정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습관성 야근·상명하복… 한국기업 조직건강 ‘골골’
입력 2016-03-15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