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임호] 과학기술에도 윤리 있어야

입력 2016-03-15 17:49

한국의 천재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간 이성의 최극점에 있는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이 15일 막을 내렸다. 이들의 대결을 보면서 최근 모든 사람이 흥분하였고, 놀랐으며, 혹은 실망스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번 대결이 있기까지 인간의 이성을 압축해 만든 알파고 팀과 알파고의 도전을 금전적인 보상에 관계하지 않고 새로운 배움을 위해 기꺼이 받아들인 이세돌 9단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가진 바둑 프로그램으로, 최첨단 사이버네틱스 기술의 결정체다.

많은 사람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세 번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연패한 것을 보면서 그의 패배는 인간의 실패이며, 자신이 진 것처럼 좌절을 느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대국 결과를 보고 허탈과 충격, 절망을 느껴야 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바둑은 수치와 확률의 철저한 계산과 동시에 여러 시간 동안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계속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알바고는 슈퍼컴퓨터 1200여대로 무장하고 있어, 바둑 초고수 1200여명의 훈수를 받으며 게임에 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에 맞선 이세돌 9단은 혈혈단신이었다.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을 펼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욕망으로 자동차를 만들었고, 먼 곳에 날아가고 싶어 비행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기계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을 두고 인간이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기계들을 인간의 생활기능까지 눈부시게 향상시켜준 문명의 이기로 여기고 있다. 알파고도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대국의 승패를 떠나 결국은 인간의 승리이다.

세기의 대결을 목격한 시민들 반응 가운데는 알파고에 대한 찬사가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지배하게 되었고, 알파고 프로그램에서 일종의 ‘영혼’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알파고가 무섭기도 하고 마치 인격이 있는 것처럼 ‘알파고 사범’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인공지능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알파고를 인격화하거나 우상화 내지 신격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더 나아가 게임에서 패했다고 비난하거나 패러디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모욕감을 갖게 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도 지나친 처사다.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컴퓨터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할지라도 고체 덩어리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 인간이 노력한다 하더라도 생명을 집어넣을 수는 없다. 마치 인간을 넘어서는 어떤 생명체인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건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인간은 피와 살과 호흡이 있는 생명체이지만, 컴퓨터는 쇠붙이와 와이어 그리고 그것을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보조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과학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가치와 윤리의 문제가 당장 눈앞에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이제라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알파고의 개발팀에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일구고자 헌신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달만큼이나 윤리와 책임감이 반드시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해 줄 것을 당부한다.

배임호(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