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급했나… 부총리·장관의 ‘떡수’

입력 2016-03-15 21:30 수정 2016-03-16 00:30
“무게 잣대로는 수출 회복세”… 유일호, 무게감 잃은 황당 발언

‘수출을 무게로 평가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중량기준 수출’을 근거로 한국경제 낙관론을 피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4주년을 맞아 세종시 인근 기업을 방문한 뒤 가진 기업인 간담회에서 “2월 중량기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수출중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9.5%, -0.2%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2월 0.8%로 반짝 회복했다. 올 1월 -5.3%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11.2%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364억 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12.2% 급락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사상 최장 기록이다.

같은 정부가 인용하는 수출증가율이 이처럼 차이 나는 것은 수출을 산출하는 기준 때문에 발생했다. 산업부는 가격을 기준으로 수출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똑같은 100개를 팔아도 환율이나 유가에 따라 수출액에 차이가 나는 구조다.

반면 유 부총리가 말한 중량기준 수출은 말 그대로 수출한 물건의 무게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이 기준은 스마트폰 수백대를 파는 것보다 수천∼수천만t에 달하는 배 한 척을 파는 게 실적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일종의 수출 착시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조차 “수출중량은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인정할 정도다.

유 부총리가 부정확한 자료까지 들이대며 ‘낙관론’을 펼친 데는 총선을 앞두고 최근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달라진 경제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연초까지 경제위기론을 펼쳤던 박 대통령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한국경제 낙관론을 설파하고 있다. 총선 국면에서 야당이 경제실정을 제기하자 정부가 기존의 경기비관론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말하면서 정부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쓰지 않는 데이터까지 들이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해외진출 성과는 대통령 정상외교 덕”

정부가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우리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진출 성과가 2조3000억원에 달했다고 토론회에서 밝혔다. 성과의 가장 큰 요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을 통한 경제외교에 있었다며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경제5단체와 코트라 주최로 열린 ‘해외진출 성과 확산 토론회’에서 “정상외교를 통해 이뤄진 1대 1 상담회가 중소기업 비즈니스 창출의 원동력이 된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주 장관은 1대 1 상담회 덕에 지난 1년간 260건이 넘는 해외진출 계약이 추진되고 총 2조2900억원의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또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건설사업, 투르크 가스액화사업 등도 정상외교를 통한 대표적인 프로젝트 수주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상외교의 해외진출 성과’에 대한 정부의 자화자찬에 민간 경제인들도 거들었다.

김재홍 코트라 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확대한 ‘정상외교 경제 활용의 원년’이었다”고 맞장구쳤다.

산업부는 이날 토론회가 지난 경제외교 성과와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문화콘텐츠, 농식품, IT, 소비재, 프로젝트 등 6개 분야로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