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승자는 정해진 게임이었다. 알파고가 앞선 3번의 대국을 내리 이기면서 대회 우승은 알파고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4국에서 값진 1승을 거뒀고 전국에 ‘이세돌 열풍’을 몰고 왔다.
그래서인지 15일 열린 마지막 대국은 첫날의 열기와 비슷했다. 묘한 기대감이 대국장에 흘렀다. 다만 1국이 알파고 실력의 저평가 속에서 비롯된 기대감이었다면 5국은 알파고의 엄청난 실력에도 이 9단이라면 다시 한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
이 9단은 첫 승 후 “흑돌로 이기고 싶다”고 했다. 대국은 중국식 룰에 따라 흑이 먼저 두는 대신 백은 ‘덤 7집 반’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 대국으로 미뤄볼 때 흑의 선(先)이 백의 ‘덤 7집 반’보다 불리하다. 일부러 불리한 흑을 잡은 이 9단의 마지막 도전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엔 3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14개 방송사 및 온라인 채널이 월드컵을 뛰어넘는 중계 경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대국 첫날보다 취재진 수가 오히려 많다고 했다.
이 9단은 대국 30여분을 앞두고 대국장에 들어섰다. 아이스크림을 든 딸 혜림(10)양의 손을 잡은 채 아내와 함께였다. 4국에서의 승리 덕분인지 표정은 한층 밝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눌렀던 긴장과 압박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이 9단은 본인 기풍대로 차근차근 대국을 풀어갔다. 끌려가던 전과 달리 이날은 종반까지 팽팽한 형세를 유지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구기호 한국기원 홍보사업팀 부장은 “마지막 경기라서 그런지 자기 모습대로 바둑을 두고 있다. 이것이 이세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원은 대국이 끝난 뒤 알파고에게 명예 9단을 수여했다.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명예 단증이 아닌 프로 명예 단증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는 세계 최강자를 이기는 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며 명예 9단 수여 이유를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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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에 ‘명예 프로 9단’ 수여
입력 2016-03-15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