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미끼로 흉기 강도 ‘무서운 10대’

입력 2016-03-15 21:49
‘조건만남’을 미끼로 40대 남성을 유혹한 뒤 집으로 찾아가 강도행각을 벌인 10대들이 검거됐다. 채팅·유인·미행 등 역할을 나누고 다른 사람 명의로 자동차를 빌려 범행을 준비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처벌하면 되지 왜 귀찮게 하느냐”고 말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A군(18)을 비롯해 10대 3명을 구속하고 B군(19)과 C양(18)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17일 오전 6시30분쯤 채팅사이트에서 D씨(44)에게 조건만남을 갖자며 접근했다. 조건만남은 사실상의 성매매를 뜻한다. C양은 D씨와 경기도 용인 인근에서 만나 D씨 집으로 향했다.

C양이 미성년자임을 알게 된 D씨는 성매매를 거부한 뒤 집에서 내보냈다.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던 A군 등 6명이 D씨 집에 들어갔다. 이들은 렌터카로 D씨를 미행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약 20분간 D씨를 마구 때린 뒤 흉기로 위협하며 현금 520여만원을 빼앗았다. 이어 전선으로 화장실 변기에 D씨를 묶어놓고 달아났다.

이들은 범행 전날 채팅 담당, 유인 담당, 미행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미행에 쓸 렌터카는 아는 사람의 명의로 빌렸다. 이들 중 두 명은 다른 청소년들에게 “조건만남을 하면 월 400만원을 벌 수 있다”며 성매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8명 중 6명의 폭력 절도 등 범죄경력을 합치면 전과 48범이나 된다. 이들은 경찰에 “유흥비가 없어 그랬다. 불구속해 주면 자진 출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할 엄두를 못 냈다”며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