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수백억원 규모의 국비 지원, 관광객 유치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국립 시설 유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 없이 국비 확보에만 매달려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식의 과열 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시는 이달 중으로 지역 문인 등 민간을 중심으로 국립한국문학관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0일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치 의사를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 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일종의 박물관으로 440억원이 넘는 국비가 투입된다. 앞서 인천시, 광주시, 경기도 파주시·군포시, 강원도 강릉시·춘천시, 전북 군산시 등 참여를 원하는 지자체가 10여 곳에 이른다.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은 저마다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 문인들은 이상화, 현진건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대구에서 대거 배출된 점, 6·25 전쟁 당시 전국 문인들이 대구로 모여 들었던 점 등을 들고 있다. 강릉시는 최초 한문소설(김시습), 최초 한글소설(허균) 등이 탄생한 ‘한국 문학의 본고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파주시는 출판단지가 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국립철도박물관 대상지 선정을 둘러싼 지자체간 경쟁도 뜨겁다. 국비 10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건립 후 관광객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한 국토교통부는 광역 시·도에서 추천을 받아 경기도 의왕시, 대전시, 울산시, 강원도 원주시, 충북 청주시(오송) 등 16곳을 후보지로 정했다. 이르면 올해 6월쯤 대상지역을 결정할 예정이다. 후보지역 중 5∼6곳이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위해 광명시와 손을 잡고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유치위원회 등을 만들어 자신의 고장과 철도와의 연관성을 홍보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국비 확보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때문에 국립 시설 유치에 매달리고 있지만 실패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립시설 유치 사업은 잘 되면 큰 이익이지만 잘못되면 실망감은 물론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손해가 크다”며 “유치전에 참여하면 지자체들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
지자체, 국립시설 유치전 치열… 수백억 예산 받고 관광객 유치 도움
입력 2016-03-15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