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신사참배에 반대해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지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끝까지 저항하신 주기철(1897∼1944) 목사님은 한국기독교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인물인 동시에 대표적인 순교자입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일사각오’(감독 권혁만)의 주인공 이지형(47·온누리교회) 안수집사는 “영화제작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집사는 14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개인적으로는 잊지 못할 감동적인 역할을 맡았다”면서 “한국교회의 등불 같은 주 목사님처럼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91년 KBS 14기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 연기자 생활 26년째지만 지난해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요청받고 처음엔 고사했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정말 부담이 됐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뜻을 물었지요. 주님은 제게 ‘모든 민족으로 주를 찬송하게 하소서’(시편 67편)라는 말씀을 주시고 함께하시겠다는 강한 믿음을 주셨어요. 기도하면서 혼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주 목사의 삶과 정신에 대해 묻자 “목사님은 고통과 박해 속에서도 끝내 믿음의 길을 저버리지 않은 올곧은 분이셨다”면서 “예수님을 많이 닮은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별한 영웅은 아니라는 게 이 집사의 생각이다. 그는 “영화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주 목사님은 정말 효자이고 자상한 남편이고 따뜻한 아빠였다”며 “일제의 고문이 너무 고통스러워 예수님처럼 고난의 십자가를 지는 일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 고민도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믿지 않는 분들은 하나님을 만나고, 믿는 분들은 첫사랑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영화 ‘일사각오’ 상영과 함께 ‘일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사운동’은 첫째, 한 사람이 4명씩 전도하고 둘째, 하루 4번씩 기도하고 셋째, 하루 4장씩 성경을 읽으며 넷째, 나·교회·직장·선교지 등 4곳에서 불우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이 집사는 일곱 살 때 동네친구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 때 잠시 교회를 떠났지만 2002년 온누리교회 스킷드라마와 뮤지컬 찬양팀에서 활동하며 신앙을 되찾았다. 2005년에는 스위스로 6개월간 제자훈련도 다녀왔다.
이 집사는 같은 배우인 부친 이대로(77·주 목사의 스승 남강 이승훈역)씨와 함께 이 영화에 출연했다. 두 사람이 한 영화에 같이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집사는 “아버지가 아직 교회를 다니시지 않으신다”며 “이 영화가 아버지의 마음에도 와 닿아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아들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이씨는 “주 목사님은 순교자이기 전에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현실 앞에서 스승 조만식 선생과 전국을 순회하며 ‘물산장려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라며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그의 민족정신은 신념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주기철 목사, 영웅 아닌 따뜻한 인간”… 영화 ‘일사각오’ 출연한 배우 이대로-이지형 부자
입력 2016-03-15 18:28 수정 2016-03-15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