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 대표까지 지낸 이해찬의 공천 불복 적절치 않아

입력 2016-03-15 17:31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이해찬 의원이 15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해찬은 불의에 타협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다”며 “(컷오프의) 이유와 근거가 없다. 도덕성이든 경쟁력이든 의정활동 평가든 합당한 명분이 없다”며 낙천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본인 입장에선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64세 나이도 정계를 은퇴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까지 지낸 최다선 중진이 낙천에 불복, 하루 만에 당을 뛰쳐나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의원은 정치적 행운아였다. 재야운동을 하다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서울 관악에서 13대 총선부터 내리 5선을 했다. 19대 총선 땐 세종에서 당선됐다. 교육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호사(?)도 누렸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친노 패권주의 사령탑을 맡아 소모적 정치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친노세력은 낡은 운동권 체질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얽매여 내심 저항 정치를 즐겼다. 이 의원은 또 19대 총선 때 재야 원로들과 손잡고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종북 세력을 국회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의원은 컷오프 결정 이전에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는 게 옳았다. 당에서 용퇴할 기회까지 줬으나 거부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은 낙천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언급한 ‘정무적 판단’은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친노 좌장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판단은 결코 나쁘지 않다. 제1야당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라는 국민 여망과도 부합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민주주의 운운하며 당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정치인의 대의(大義)와 거리가 멀다. ‘이해찬식 운동권 정치’가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을 이 의원 혼자 모르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앞서 공천에서 탈락한 중진 유인태 의원이 “제 물러남이 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깔끔하게 승복한 사실을 되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