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500배 장사’… 20억원 들여 1조 홍보 효과

입력 2016-03-15 22:05
이세돌 9단과의 마지막 대국을 마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팀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네 번째는 중국 여성 기사 루이 9단이다. 구성찬 기자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구글에 진정한 승리를 안겨줬다. 알파고가 인공지능(AI)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등 구글이 홍보효과를 톡톡히 거두면서 향후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구글은 앞서 이 9단과의 대국에서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알파고가 승리하더라도 상금은 구글이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여기에 대국 개최에 드는 호텔 대관료 등 일체의 비용을 구글 딥마인드가 부담한다. 이번 대국 개최 비용은 상금을 포함해 약 2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억원으로 구글이 거둬들이는 홍보효과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국 중계 화면에는 구글 딥마인드 로고가 상시 나오는 데다 전 세계 언론들이 알파고와의 대국 관련 기사를 실시간으로 다루고 있다.

‘AI 분야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도 덤으로 챙기게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AI 분야 선두는 IBM으로 인식됐었다. IBM은 이미 1997년 AI ‘딥블루’를 개발해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었고, AI ‘왓슨’을 개발해 암 치료 등에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는 사업 성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선도 업체에 집중되게 된다. 구글은 이번 대국 홍보효과를 등에 업고 향후 AI 분야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이 9단과의 대국에서 구글은 알파고가 더 똑똑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패한 지난 13일 대국 직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약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알파고는 인간이 입력한 기존 기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하는데, 데이터가 많을수록 승률과 정교함이 높아지는 구조다. 구글 딥마인드 입장에서는 세계 최정상 바둑 기사와의 대국을 통해 기존에 입력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보 데이터를 얻게 되는 것만으로도 대국 비용이 아깝지 않게 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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