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근대적 조직문화 개선 없이는 기업성장 어렵다

입력 2016-03-15 17:31
한국 기업의 조직과 문화가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15일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보고서를 내기 위해 지난 9개월간 국내 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글로벌 기업 1800개사와 비교·평가했다. 조사 기간과 대상자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기업의 특성과 장단점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기업의 조직 건강도’ 분야에서는 조사 대상 100개 기업 중 글로벌 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이 77개사였으며,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더십, 조율과 통제, 역량, 외부 지향성 등 4개 영역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에서는 ‘습관화된 야근’이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혔다. 한국 직장인은 평균 2.3일(주5일 기준)을 야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건너 하루씩 야근에 투입되는 셈이다. 3일 이상 야근하는 직장인은 43.1%였고, 야근하지 않는다는 직장인은 12.2%에 불과했다. 여성의 야근일수는 평균 2.0일로 남성보다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상태였다.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업무 형태는 비효율적인 회의, 과도한 보고, 일방적인 업무 지시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야근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된 점이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야근을 많이 한 직원의 업무 성과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다.

기업에서 야근이 만연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감은 많은데 근로자가 모자라던 할아버지 세대 때부터 시작된 야근 폐습이 일자리가 부족한 손자 세대까지 대물림되게 방치할 수는 없다. 근무시간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도 모자랄 판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기업문화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직장인은 효율적으로 근무하고 정시에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자기 계발에 나서거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고, 소중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삶이 근로자의 창의력과 활력 증대로 이어지면 생산성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은 부하 직원이 상습적으로 야근을 하면 상사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각오로 낙후된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CEO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CEO가 달라지지 않으면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