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두는 것 같다.”
알파고와의 첫 대국날 감정 없는 알파고를 가리키며 이세돌 9단이 내뱉은 말이지만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 홀로 대국을 펼쳐야 하는 외로움의 투영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끝까지 알파고와 대결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
15일 알파고와의 마지막 5차 대국이 열린 서울 포시즌스호텔 공개 해설장에는 이 9단의 작은누나 이세나(39)씨가 지난 네 번의 대국 때와 마찬가지로 대국 1시간 전부터 나와 동생을 응원했다. 월간바둑 편집장이면서 아마 6단이기도 한 그녀는 대국 현장에서 분투하는 동생의 모습을 평생 지켜봐왔다. 이씨는 “1, 2국 때처럼 경직된 표정은 아닌 것 같다”며 한결 나아진 동생의 모습에 안도감을 내비쳤다.
이 9단의 큰형 이상훈씨는 4국 때 대국장을 찾았다. 프로 9단인 이씨는 1∼3국 때는 괜히 동생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처음으로 대국장을 찾은 지난 13일 동생은 알파고를 처음으로 이겼다. 그 전날 자신과 나눴던 작전대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4년 전 딸 혜림(10)양의 유학으로 캐나다로 건너가 살고 있는 아내 김현진(33)씨는 남편의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응원차 딸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아내와 딸은 이 9단에게 있어 자신을 믿어주는 가장 든든한 존재다. 이 9단이 3연패한 12일, 그는 아내와의 결혼기념일 10주년을 조촐히 챙겼다. 부담감과 긴장감 속에서도 가족에게서 쉼을 얻었다. 1, 2국에서 가족과 함께 대국장에 등장했던 이 9단은 연이어 패배하자 3국부터 홀로 대국장에 나섰다. 그러나 4국에서 첫 승을 올린 뒤 5국을 앞두고 다시 가족과 함께했다.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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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DNA로 똘똘 뭉친 이세돌 가족의 힘
입력 2016-03-15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