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열풍’ 무대 위도 분다

입력 2016-03-15 21:12

올 들어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시인 윤동주(1917∼1945) 바람이 뜨겁다.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의 시와 삶을 재조명한 영화 ‘동주’가 열풍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동주’는 초저예산 영화지만 이미 관객 100만명을 넘겼다. 여기에 윤동주 10주기 기념 증보판(1955)을 복간한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도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동주를 소재로 한 연극과 뮤지컬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3월 17일∼4월 3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자화상’과 오는 20∼2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모두 2012년 초연됐지만 근래 윤동주 열풍 속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자화상’은 윤동주의 유명한 동명 시를 모티브로 만든 것으로, 술주정뱅이 글쟁이와 소리를 모으는 여자의 만남을 통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그렸다. 연극 ‘얼론(Alone)’과 뮤지컬 ‘평양마리아’ ‘빅터’ 등을 연출한 영상 디자이너 출신 연출가 최종찬이 기존의 무대어법과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극무대가 가진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는 한편 등장인물을 한층 입체적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연극 ‘이기동체육관’에서 관장 역할로 각광을 받았던 배우 차명욱, 2015년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나미가 출연한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이 기념공연 시리즈로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서울예술단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과거에는 ‘가무악’, 최근엔 ‘가무극’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기성 뮤지컬과 큰 차이가 없다.

이 작품은 윤동주의 연희전문대 재학 시절부터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살의 나이로 옥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동주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했지만 허구의 인물인 여대생 김선화를 넣어 스토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윤동주의 시로 만들어진 뮤지컬 넘버가 없는 게 눈에 띈다. 시에 곡을 붙였다가 자칫 순수하고 깊이 있는 감성을 잃게 될까 봐 우려한 탓이다. 대신 윤동주 역을 맡은 배우가 시를 낭송한다. 제목 ‘달을 쏘다’는 윤동주의 동명 산문에서 차용했다.

2012년 초연 당시 호평을 사 이듬해 재공연됐다. 올해도 윤동주 역에 박영수, 송몽규 역에 김도빈 등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다시 캐스팅돼 한층 더 깊어진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