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인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우연찮게 개성공단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화제가 개성공단 문제로 옮겨갔다. 그중 한 사람이 뜬금없이 한마디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정세가 북한과 고구려가 비슷해.” 고구려가 당나라와 맞서 싸웠던 과거가 현재 북·중 관계와 유사하고,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하던 모습들이 자신의 고모부까지 비참하게 살해하는 피의 숙청 같은 상황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이 “어떻게 망해가는 북한을 감히 동북아에서 최강국이었던 고구려와 비교하느냐”고 비판하니, 결국 고구려 처럼 북한도 망할 거라면서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어딘지 씁쓰름하다.
현재의 북한은 고구려와는 너무 다르다. 경제는 최악에다 인권은 평가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가 아닌가. 미국 국무부는 ‘2014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세계 최악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 보고서를 보고도 북한을 고구려와 비슷하다고 생각할는지 모를 일이다.
북한은 지난 4일 노동신문 한 면을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저열한 수준의 글이다. 노동신문 6면에 실린 이 글의 제목은 ‘죄악과 오욕의 대명사-박근혜를 여성의 이름으로 해부한다’였다. ‘여성의’라는 표현에서 북한 정권의 여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여성 문제에 대한 많은 보도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막말 분석 기사는 없었다. 대통령이라서 인권은 없어도 된다고 보는 것인지, 너무나 황당해 대꾸할 가치조차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성희롱이란 개념을 처음 만든 미국 미시간대 캐서린 맥키넌 교수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지위와 관계없이 커다란 문제”라고 답했을 것이다.
북한이 정상적인 품격을 가진 나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요즘은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전 세계를 겁박하고 있다. 이런 말기적 행태는 정권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희(서울시립대 교수·도시행정학과)
[특별기고-최근희]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저급한 여성 인식 수준
입력 2016-03-15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