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의 스무 살은 잔뜩 구겨졌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네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우리시대 청춘들의 우울한 자화상과 같다. 젊음의 패기로 삶을 살아가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영화사이트 맥스무비의 3월 4주차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오른 ‘글로리데이’의 시사회가 14일 열렸다. 영화는 20대 시절의 추억으로 초대했다.
용비, 지공, 두만은 군입대하는 상우의 배웅을 위해 오랜만에 뭉쳐 여행을 떠난다. 친구밖에 모르는 용비, 엄마에게 시달리는 재수생 지공, 낙하산 대학 야구부 두만, 대학 대신 군대를 택한 상우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 한껏 들떠 있던 기분도 잠시, 우연히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네 명은 순식간에 살해사건의 주범이 된다.
경찰은 “진실보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부모들은 “세상에는 친구보다 지킬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센 척하지마! 너도 무섭잖아.” 넷이라면 두려울 게 없었던 친구들의 마음도 점차 무력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밤이 지나고 나면 이들은 어떤 아침을 맞이하게 될까. ‘스물’(2014)이 실의에 빠진 청춘을 유머 있게 담았다면 ‘글로리데이’는 가슴 먹먹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신인 배우의 발견이다. TV 드라마 ‘앵그리맘’ ‘발칙하게 고고’에서 인기를 끈 지수(용비 역), 배우로 데뷔하는 엑소의 리더 김준면(상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존재감을 확인시킨 류준열(지공),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매력을 뽐낸 김희찬(두만)이 주역을 맡았다. 캐스팅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지금은 스타가 된 역대급 출연진이다.
조연들도 영화를 빛냈다. 연극과 영화를 오가는 김종수는 사건을 수사하는 오 팀장 역으로 극에 긴장과 갈등을 불어넣는다. 두만 아빠 역의 유하복과 지공 엄마 역의 문희경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부모 마음을 절실히 표현했다. 상우 할머니 역의 이주실은 가슴 울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은 용비 형으로 나와 연기력을 자랑한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당시 “신선한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스무 살을 그려낸 올해의 발견”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제작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시나리오가 담보하고 있는 진정성을 배우들이 진심으로 연기함으로써 영화에 촘촘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스토리와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최정열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열린 프리미엄 상영회에는 1600석이 2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동시기 개봉되는 영화 가운데 60%의 지지율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트맨 대 슈퍼맨’과 ‘헤일, 시저’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개봉되기 전 일본과 홍콩에 판매됐다. 일본 배급사 더 클락웍스는 ‘추격자’ ‘감시자들’ ‘내부자들’을 수입한 곳이고, 홍콩 배급사 델타맥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베테랑’ ‘동주’를 사간 회사다. 젊은이들의 질주와 오열, 갈등과 회한을 담아낸 ‘글로리데이’가 국내외 흥행과 호평을 얻어 한국 청춘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세 관람가. 93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우리시대 가슴 먹먹한 청춘들의 자화상… 스무 살 네 친구 이야기 ‘글로리데이’
입력 2016-03-16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