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업무 힘들다고?… 과시가 심하네”

입력 2016-03-14 21:17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조종사 업무가 뭐가 그렇게 힘든가’라는 취지의 댓글을 직접 달아 논란이 일고 있다. 원색적인 막말 표현까지 동원했다. 쟁의행위에 돌입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 대한항공 노사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조종사들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라며 비행 전 사전준비 절차를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 조 회장이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전문용어를 잔뜩 나열했지만 브리핑은 운항관리사가 다 해주고, 기상 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주는 것”이라며 “조종사는 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라고 비판했다. 또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라며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도 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여객기 조종을 거부한 기장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한항공 자격심의위원회는 해당 기장이 비행 출발 전 브리핑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에 대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를 포함한 법적 대응 검토에 나섰다.

사측은 경영진을 비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가방에 부착한 조종사 21명에 대해 16일 자격심의위원회에 대거 회부할 예정이다. 조 회장의 댓글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대한항공 노사 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