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 “창립 이래 최대 위기…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날 것”

입력 2016-03-14 21:26

김병원(사진)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14일 취임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첫 호남 출신 수장이 된 김 회장은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농협 사업구조 개편 등 김 회장 앞날에 난관도 도사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임직원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업인이 주인으로 대접받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농협,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농협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농심(農心)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농업과 창조경제를 결합해 농가 소득 증진에 힘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 농업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스마트팜 육성과 6차 산업화 등 농업의 고부가가치화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남 나주 출신인 김 회장은 1978년 농협에 입사해 1999∼2014년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3선을 지냈으며 농협양곡 대표를 역임했다. 김 회장은 2009년과 2011년 중앙회장 선거에서 전임 최원병 회장에게 내리 패했다. 그러나 이번 세 번째 도전에서 김 회장은 1차 투표 2위의 열세를 딛고 결선투표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김 회장이 취임사 등을 통해 강조한 것은 ‘개혁’과 ‘초심’이다. 그는 “농협은 창립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잘못하다가는 농업인 조합원에게 존재의 가치를 잃은 중앙회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 회장은 강도 높은 개혁과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협동조합 초기 이념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전국 235만명의 조합원과 NH농협은행 등 3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342조원의 거대 자산을 운용하는 힘 있는 수장이지만 그 근간에는 이름 없는 농민들의 땀이 스며들어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식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협동조합 초기 이념과 농협의 뿌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농협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런 소신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우선 농협중앙회는 내년 2월까지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해 금융지주와 함께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될 예정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경제지주 폐지를 내걸었다. 경제지주 설립이 지역농협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자칫 김 회장의 제1공약(公約)이 공약(空約)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 회장은 경제지주 출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공약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