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그릴이 커지고 강렬해지고 있다. ‘작은 얼굴보다는 큰 얼굴이 낫다’는 게 자동차업체들의 판단이다.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e)’은 기능적으로는 자동차 내부의 열을 식히기 위한 일종의 통풍구다. 자동차업체들이 그릴에 주목하는 것은 그릴이 자동차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가장 큰 부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릴과 헤드램프가 자동차의 얼굴로 격상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5일 “그릴은 브랜드 디자인의 통일성을 보여주는 패밀리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브랜드마다 자신만의 그릴 이미지가 있다. 현대차는 육각형 모양에 가로무늬 빗살이 들어간 ‘헥사고날 그릴’이고, 기아차는 ‘호랑이 코 그릴’로 호평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 꼭지별 모양이 트레이드 마크다. BMW의 그릴은 사람의 신장을 닯았다고 해서 ‘키드니 그릴’로 불린다. 렉서스는 모래시계 형태의 ‘스핀들 그릴’을 키우고 있으며, 한국지엠 쉐보레는 금빛 보타이(나비넥타이)와 듀얼 포트 그릴로 상징된다.
업체들은 기존 그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크고 강한 변화를 주고 있는 추세다. 한국지엠은 다음 달 신형 ‘쉐보레 캡티바’를 새롭게 선보이는데, 외관상 가장 큰 변화는 그릴이다. 이전까지 쉐보레 차량의 그릴은 보타이 엠블럼을 중심으로 상하 그릴이 비슷한 크기로 배치됐다. 신형 캡티바에는 상단을 줄이고 하단을 키워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이게 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메리 바라 GM 사장이 추구해온 그릴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신형 K7은 그릴 가운데가 들어간 음각 타입의 그릴을 선보였다. 크기도 기존 그릴보다 커졌다. 당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은 “호랑이 코 디자인은 기아차의 아이덴티티”이라며 “호랑이 코 전면 그릴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은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13년 2세대 제네시스부터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을 선보였고, 이후 투싼, 쏘나타, 아반떼 등에 계속 적용되면서 패밀리 룩으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EQ900’의 그릴은 육각형 모양이지만, 상단부가 넓은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릴은 세 꼭지별의 위치와 그릴의 변주를 통해 개성을 표현한다. 꼭지별이 그릴 안에 있으면 스포티한 차량, 꼭지별이 그릴 위에 있으면 세단을 의미한다. SUV, 쿠페, 로드스터, 고성능 모델 등은 그릴 안에 꼭지별이 있는 식이다. 최근에는 그릴 안에 촘촘한 점을 박아 넣은 ‘다이아몬드 그릴’이 눈에 띈다. BMW는 1933년 이후 키드니 그릴을 장착했고, 변화를 거듭해왔다. 최근 출시된 SUV X1의 그릴은 이전 세대보다 더욱 굵어져 강렬한 느낌을 풍긴다. 지난해 말 출시된 최상위 모델인 뉴 7시리즈는 정차 시에는 닫혀 있고, 주행 중에 열리는 가변식 그릴을 장착했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도 가변식 그릴이다. 렉서스는 2006년부터 스핀들 그릴을 선보였는데, 최근 출시된 SUV ‘RX’의 경우 차량 전면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릴이 커졌다.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3초 만에 사로잡는 첫인상, 더 강렬해진 ‘라디에이터 그릴’
입력 2016-03-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