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출시 첫날] “잘 몰라요” 지점 허둥지둥… “지켜보자” 고객 시큰둥

입력 2016-03-14 20:55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 영업점에서 한 고객이 직원으로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입 서류에 서명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날. 금융회사의 유치 열기와 달리 은행과 증권사 지점은 한산했다. 떠들썩하게 가입 이벤트를 벌였지만 정작 일선 지점들은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다.

14일 오전 회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 지역 주요 은행과 증권사 지점에서 ISA 가입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밥을 거르고 찾아온 직장인들로 붐비는 지점도 있었으나 ISA 때문에 찾아온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은행에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안내 직원이 “ISA 관련 업무 때문에 오셨느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가입하러 온 한 여성은 “투자성향 확인, 가입서류 사인 등에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는 직원의 말에 되돌아갔다.

일선 지점은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고객이 시중은행 여의도지점에서 신탁형 ISA 가입 상담을 받으며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묻자 은행 직원은 “잘 다뤄보지 않았다”며 얼버무렸다. ETF는 주요 은행이 예금·펀드·주가연계증권(ELS)과 함께 ISA 편입 목록에 올린 상품이다. 은행 관계자는 “ETF는 일반 고객보다 VIP룸에서 많이 추천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창구 직원들이 ETF를 설명할 수 있는 경험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운용능력을 자신해 온 증권사 지점도 허둥댔다. 서울 목동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 PB는 “출시 첫날이라 아직 고객용 안내장이 없다”며 “내부용 자료는 있는데 아직 수수료 확정 여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편입 상품에 대해선 잘 설명했지만 온라인 가입 여부 등에선 다른 곳에 물어본 뒤 알려주는 등 숙지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수수료 비교도 어려웠다. 아직 일임업 등록이 되지 않아 신탁형만 출시한 은행의 경우 주요 시중은행 홈페이지에서 수수료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곧 수수료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임형 ISA를 출시한 증권사들은 모델 포트폴리오와 함께 수수료를 명시했다. 하지만 각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별 비교가 힘들었다. 금융투자협회는 수수료 체계를 통합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상반기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한국투자증권에서 ISA에 1호로 가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1호 가입자가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황영기 회장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 가입할 수 없어 상징성 있는 인물을 찾다보니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으로서) ISA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던 강 의원을 1호 가입자로 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의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한 상품 출시에 선거를 앞둔 의원을 내세운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은애 백상진 기자 limitless@kmib.co.kr